모란꽃

소치 허련의 [묵모란]
牡丹诗
唐 李正凡
国色朝酣酒,天香夜染衣。
국색조감주 천향야염의
나라꽃이 아침에는 단 술과 같고 하늘에서 내린
향기는 밤에 옷에 스며드는구나.
丹景春醉容, 明月问归期。
단경춘취객 명월문귀기
붉은 빛을 머금은 봄의 모란에 나그네를 취하게 하니
휘영청 밝은 달은 나그네가 언제 돌아올 거냐고 묻네.
- 불이당 졸역하다 -
* 불이당 풀이 : 화제를 보니 그림과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소치 선생이 묵으로
질감을 살려 그린 수작이다.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이다. [시경]에 그 흔적이
엿보이고, 중국에서는 약 3,000년 전에 이를 심어왔다고 한다. 모란에 관한 시는
이백, 백거이, 유우석 등이 많이 짓고, 왕호가 쓴 식물사전격인 [군방보] 등 여러
문헌에 보인다. 모란이 본격적으로 왕실의 정원에 심어진 것은 수나라 양제 때인데,
이때 양제는 서원西苑이라는 왕실 정원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라의 꽃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모른다.
* 허련(1809-1892)
김정희 화파(金正喜畵派)의 한 사람으로 조선 말기의 화단에 남종화풍(南宗畵風)을 토착화
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의 화풍은 가전(家傳)되어 오늘날 호남화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본관은 양천(陽川). 자는 마힐(摩詰), 호는 소치(小癡)·노치(老癡)·석치(石癡). 허균(許筠)의
후예 가운데 진도에 정착한 허대(許垈)의 후손으로 어려서 해남의 윤선도(尹善道) 고택에서
윤두서(尹斗緖)의 작품을 방작(倣作)하면서 전통화풍을 익혔다. 1839년 대흥사 초의선사(草
衣禪師)의 소개로 김정희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수업을 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서권기
(書卷氣)와 문기(文氣)의 높은 화격(畵格)을 터득하게 되었으며, 김정희로부터 "소치 그림이
나보다 낫다"라는 칭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