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높고 물은 깊어야 한다

山高故可仰。水深故不可測


“산은 높기 때문에 우러를 수 있는 것이고, 강은 깊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다.”


 『가정집稼亭集』권 7에 나오는 대목이다.




 산은 높아서 그 위용이 웅장하고 남성미를 자아낸다. 가까이에서 보면 높은 줄을


모르고 산의 일부만 보게 된다. 우리의 시야가 그만큼 좁아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게 되면 산 전체를 볼 수 있다. 우리가 등산을 하다보면 산속으로 들어가 졸졸 흐르는


계곡물과 온갖 풀과 나무를 보게 된다. 이는 사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미시적인


안목을 지닐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산속을 나와 멀리 평야에서 산을 보게 되면 산의 생김새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게 된다.




 물이 깊으면 그 안의 것들을 볼 수 없다. 얕은 물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기에 금방 그 안의 것들이 들여다보인다. 물이 깊다는 것은 바로 숲속의 옹달샘, 내, 강 등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물을 거두어들이기 때문이다. 깊은 물에는 온갖 종류의 고기들이 다 모여들게 된다. 작은 내의 몇 안 되는 고기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우리의 사고도 멀리 볼 수 있는 산과 같이 깊은 물처럼 그런 면을 지녀야 한다. 속이 비게 되면 소리가 나게 되고, 꽉 차면 소리가 나질 않는다. 배움도 마찬가지이다. 웅숭깊은생각이나 뜻이 크고 넓다 도량을 지녀야 하고 높은 산과 같은 웅대함을 지녀야 한다. 작금의 지식이란 크게 넓지도 않고 깊지도 않은 면이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어떤 지식이나 사실들이 왜곡되고 본래의 뜻과는 달리 쓰이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배우는 이로써 가장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不學博依 不能安詩라고 한다. 『예기』 「학기」에 보이는 대목이다. “널리 사물의 뜻과 이치가 지니는 그 속성과 그에 따른 숨은 바를 배우지 않으면 시를 풀어낼 수가 없다.”는 말이다. 어떤 사물이나 문장을 대할 때면 그 내면을 일거내는 게 대모중요하다는 말이다.    




단기 4344년 1월 25일


불이당 頓首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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