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을 맞으며
대한을 맞으며....,
오늘이 대한이다. 겨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겨울은 그 의미가 만물이 종말을
맞는 계절이다. 스산한 삭풍이 눈발과 더불어 살 속을 파고 추위를 맞는 계절
이기도 하다. 이 누리의 모든 몬사물이 숨을 놓는 계절이기도 하다. 후한 때의
학자인 채옹蔡邕은 그의 「월령장구月令章句」에서 위와 같이 말하였다. 채옹은 연리지
連理枝라는 고사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大寒過 農事將起也,라고 한다. 대한이 지나면
농사일이 시작된다, 라는 말이다. 6세기에 가사협賈思勰이 지은 농업 백과사전격인
『제민요술齊民要術』이라는 글에 보이는 대목이다. 청나라 때 사람인 왕호汪灝가 지은
『군방보羣芳譜』권6에도 똑같은 대목이 보인다.
15일 뒤에는 입춘이 온다. 이렇게 봄은 이미 우리 주위에 서성이며 배회를 하고 있다.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이 대한이다. 대한은 그야말로 겨울의 가장 막내격인 셈이다.
가장 추운 날이 막내가 된 셈이니 그 춥던 겨울의 심술궂던 몽니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심술을 부리는 성질를 부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집안의
막내가 앙탈을 부리고 심술을 쏟아내는 것이리라. 혹한의 위세가 점차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날씨가 점점 기온을 상승시키며 나뭇가지의 움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위세 당당하던 기세가 조금씩 누그러진다는 일기예보가 있다.
만물이 바야흐로 기지개를 켜는 신호를 보내오는 시기가 이즈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춥고 암울했던 시간이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인다.
이제는 추위 걱정을 조금 덜어도 괜찮을 듯하다. 새해 아침을 맞으며 다짐했던 각오도
다시 새로이 하는 묵상의 시간도 필요하리라. 겨울이 다 지난 듯 봄을 맞을 설렘이
가슴 한 구석에 일고 있다. 모든 분들께서 보름 뒤에 찾아올 봄을 새 단장한 마음으로
맞이하게 됨을 축복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멋지고 행복한 나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기 4344년 1월 20일 대한 절기에
충주에서
새로운 봄을 맞을 불이당 앙축仰祝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