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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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비루먹은 몸뚱이에
솜털 뽀얀 손을 내밀던 날은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내가슴에 머물던 때였다.


각박할 세월을 미리 알았던지
하늘은 검은 구름속에 따스한 속살을 숨긴 채
차가운 시름을 뿜어내는 날들이 길어졌고
배냇저고리도 떼지 못한 여린 살은
밤만 되면 웅웅 소름이 돋았다.


올여름
천지를 태울 듯 사나웠던 폭염은
또 얼마나 길었더냐
그래도 너는 자꾸 까무라치는
마른 몸을 부여 잡으며
진초록으로 맞서더구나.


눈물 끝이 길면 팔자가 사납다던데
아랑곳 없는 하늘의 울음에
먼저 다녀간 네형제들도 겪은 적없는 깊은 슬픔으로
젖은 몸은 짓무르기 일쑤였다.


오늘 문득
가을 빛 고운 길을 나섰다가
먼길을 가려고 곱게 치장한 너를 만났다
세상도 너의 찬란함 만은 어쩌지 못했던지
슬며시 매를 거두었던가 보다


스러지는 가을 햇살에
붉은 입술을 맞추고 마지막 인사가 끝나거든
바람 사나워져 네 몸 뜯기전에
노란 옷자락 감아쥐고 오려무나
미처 잡아주지 못한 네 손 이제라도 보듬어서
군불 따뜻하게 덥혀 놓은 내 가슴에 너를 곱게 잠재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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