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

나이가 들면 눈물샘도 노화가 되어 느슨해지는지...매일 눈물로 살고 있습니다.


시작은 이랬습니다.


금요일 저녁 SBS자기야를 보다가 연예인부부들이 MT같은 걸 같다가 심리극을 하는 중이었는데..


혹시 보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개그맨 양원경이 얼마나 파쇼였고 철이없었는지..


서로가 하지 못한 얘기들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마치 내가 빙의된 것 처럼 눈물이 폭포수를 이루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이 부을 정도 였으니 참 나도..


일요일 새벽에는 우리의 귀염둥이 여학생들이 월드컵을 재패하고 그 발랄함을 뽐내는 순간..또 눈물이


비집고 나왔습니다.


그날 오후...이미 결과는 알고 있었지만 지지부진 마지막 장면을 안보여주고 요망을 떨던 '남자의 자격'을


보다가 또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 각본없는 드라마라더니..각본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거의 한시간을 얼마나 울었던지...우리 가족들도 감동스럽긴 했지만 나를 보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는 후문이..


그러는 중에 집어든 책이 하필이면 노희경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니..


중반까지는 잘 참았습니다. 정말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아주 오래전 TV에 드라마로 나온 적이 있었고


지금보다 많이 젊었던 나문희씨가 치매시어머니역의 김영옥씨를 목욕시키면서 '나랑 같이 죽자'고


외치던 장면이 눈에 선했던 기억이 있어서 예방주사정도는 맞았다고 다짐하며 시작했던 참이었거든요.


그러나.......온통 엄마에게 기대기만 하고 무관심했던 가족들이 엄마의 죽음을 알고 이별식을 준비하는


장면에서 슬슬 조짐이 오기 시작하더니..


알뜰스럽게 장만한 새집에 마지막 밤을 보내는 그날 무뚝뚝하기만 한 남편이 그녀의 앙상한 몸을 껴안으며


말합니다.


"인희야...정말 고마웠다...."


아 이때부터 또 눈물의 폭포수가 거침없이 흘러내리더니..그야말로 닦아내도 닦아내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제 이야기입니다.


MBC스페셜 '사랑'이었나요. 그걸 보면서도 얼마나 울었던지 머리가 아플지경이었는데..


눈이 큰만큼 눈물주머니도 큰게 분명합니다.


김용택시인이 찬조출현한 영화 '시'를 보면서도 마지막에 윤정희할머니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펼쳐지는데


나는 또 눈물이 철철 흘렀습니다. 어찌나 울었던지 나중에는 꺼이꺼이 흐느낌이 멈추지 않아서 주변사람들한테


어찌나 미안한지...살짝 둘러보니 저만 울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는데 도저히 얼굴을 들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인정이 많은 편도 아니고 성격이 여린편도 아니건만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날이 갈수록 눈물주머니가 헐거워져서 걱정입니다.


문득 TV를 보다가 눈물이 주르륵...흐르는 일이 너무 잦아져서 스스로 깜짝 놀란적이 많아졌습니다.


나이탓인가봅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9월을 눈물로 끝마쳤더니 맘이 조금은 시원해지더군요.


이게 카타르시스라나 뭐라나..그런건가요?


10월은 좀 덜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눈물없이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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