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의 변씨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만 냥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례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국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만 냥을 주는 바에 성명을 물어 무엇을 하겠는가?" 허생전에 나오는 변씨의 변이다. 안목이 있는, 사람에 대한 가치 기준에 분명한 큰 사람이다. 이 일로 인해 허생은 매점매석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많은 돈을 번다. 허생의(아니 연암의) 상업적인 생각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참으로 사람에 대한 인지가 뛰어나고, 사람을 믿는 신뢰가 대인이다. 사람과 만나는 관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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