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박완서선생님과 영화보고 왔어요~
최근에 산문집을 내신 박완서선생님과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이 선생님을 만난다는 즐거움으로 갔다가 영화가 너무 좋아서..
꼭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요즘 게이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드라마가 방영중인데 저는 보수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개인들의 사랑은 인정하지만 드라마에서 그렇게 깊숙하게 다룬다는 건 싫었던 사람이거든요.
그반대의 경우...레즈비언 부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학교때 만나 부부(?)가 된 아네트 베닝과 줄리안 무어는 정자은행을 통해 각각 임신을 하고
딸과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주 예전에 봤던 영화에서 아네트 베닝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품위있게 늙어가는 중년을 연기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굳이 레즈비언 부부중에 남편의 역할을
담당했달까. 의사로서 줄리안을 주부로 들어앉히고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합니다.
딸아이가 대학을 입학하면서 (미국은 바로 이즈음에 거의 독립을 하더군요) 문득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찾아낸 아버지(?) 폴!
지금부터 복잡해집니다.
이미 조금은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행복한 레즈비언 커플과 아이들(이가정에는 두명의 맘이 있습니다.
두아이 모두 두여자에게 맘이라고 부르더군요)에게 폴은 그동안 완벽하다고 믿었던 가정에 비집고
들어온 적이기도 하고 채워지지 못했던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틈을 절묘하게 채우게 됩니다.
우연히 시작된 만남이 아주오래전 단지 정자만을 제공했던 남자에게 혈연으로서의 사랑과 책임감이
느껴지고 슬쩍 느슨해졌던 레즈비언 부부에게는 새로운 사랑의 상대로 다가서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서로 보면 참 위험하고 끔찍할 수도 있겠지만 다만 성(性)을 구획짓는 시선에서
벗어나서 보면 그들의 사랑도 고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우리 가정, 가족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힘들겠지만..
아마 표면에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우리나라도 이런 커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을겁니다.
책표지 뒷면에 쓰여진 박완서선생님의 연세를 보니 1931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여든이시네요.
박범신 선생님이 이분 때문에 눈에 호치키스를 찍고 글을 쓴다고 하셨던 바로 그분!
연세를 모르고 보면 이제 예순정도로만 보일만큼 고우십니다.
이영화가 19세이상 관람가일만큼 베드신이 적나라한편이라..자꾸 선생님쪽을 돌아다 보게 되네요.^^
영화가 끝난 후, 강남네거리의 멋진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출판사 직원분말로는 연세가 있으셔서..사인회나 행사를 무척 힘들어 하신답니다.
이번에 출판된 책의 행사도 아주 조금만 하신다네요.
참 고우시고 편안하게 보이죠? 이분책은 거의 읽어서 그런지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이모를 만난 기분이랄까..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그럴까요?
"선생님 건강하세요" 라는 진심으로 전했습니다.
왼편은 이번에 출간된 책이고 오른쪽은 1993년에 구입한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입니다.
제가 아끼는 책이라 이곳에도 선생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앞으로 몇편의 작품을 더 만나게 될지..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젊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힘들 주셨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이영화 강추입니다. 조금 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