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 끝~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내리는 비로 나뭇잎이 많이 떨어지고
거리엔 낙엽이 차츰 쌓여갑니다.
집 주변을 걸으면 낙엽 밟는 소리가 귀에 들립니다.
낙엽 밟는 느낌도 푹신하니 좋구요.
곧 겨울이 오겠지요.
작년 겨울,
이곳의 평균 기온이 영하 18도였습니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우리 가족이 견디기 어려운 기온이었습니다.
눈은 왜그렇게 많이 내리던지~
작년 겨울을 생각하면 지금도 한기를 느낍니다.
이중 삼중 사중으로 단열재를 넣어 신경 써서 집을 지었으나
강원도 산골의 골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아파트의 훈훈한 온기에 젖어 살다가 산골의 찬바람을 맞는 저희 가족은
지난 겨울에 개 떨 듯 떨며 살았습니다.
보일러를 가동하면 따뜻한데, 그렇다고 24시간 풀가동을 할 수 없어서
하루 세 차례만 돌렸습니다.
작년에 기름값은 또 왜그렇게 오르던지~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춥게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다 올 봄에 거금을 들여서 나무보일러로 교체했습니다.
150평 규모의 시설에 놓는 크기로 샀습니다.
찜질방에서 사용하는 보일러를 가정에 설치한 것이지요.
2주 전부터 나무보일러를 가동하는데, 저녁에만 불을 땝니다.
저녁에 나무 한 다발을 집어 넣으면 아침까지 훈훈합니다.
저녁에는 더워서 창문을 열어야 하구요.
그렇게 열어놓고 자다가 새벽녘에야 창문을 닫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기름값 걱정 덜아서 좋고, 따뜻하게 살아서 좋고,
굴뚝으로 연기 나가는 것을 보면 시골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잇어서 좋고,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도 좋고, 매캐한 나무타는 냄새도 좋고, 다 좋습니다.
올 겨울에도 눈이 많이 올 거라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든든하니까요.
춥지 않게 살 수 있으니까요.
퇴근길마다 나무를 한 차 가득 싣고 오는 것을 보면 든든합니다.
보일러실 곁에 지금 땔나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연탄 들여놓고, 김장 해놓고, 쌀 한 포대 들여 놓는 것으로
월동 준비를 마치듯 저도 월동 준비를 마치니 뿌듯합니다.
이젠 겨울만 맞으면 될 것 같습니다.
겨울아 ~
그래도 서둘러 오지는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