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본 이야기

 

모처럼 남편과 둘이서 영화를 보고 왔다.
며칠 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데이트였다.
아이들이 할머니 댁에 며칠 다녀오기로 했기때문에 틈을 낼수 있었다.


열한시 차로 아이들을 보내고 점심으로 막국수 한 그릇씩 먹고 영화를 보러 갔다.마지막으로 둘이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가물거릴만큼 오랜만에 보는 거라 왠지 마음이 좀 들떴다.
영화관 주면을 둘러보니 나처럼 부부동반인 사람들도 꽤 있고 친구끼리 온 중년들의 모습도 눈이 띄었다. 내 옆 자리는 엄마가 딸과 함께 보러 온 것 같았다.
19금 영화여서인지 관람 분위기가 차분했다. 쑥덕거리는 소리도 없고, 아마도 내가 아이들없이 영화를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내가 홀가분하니 주위가 모두 여유있어 보였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다.


러닝 타임이 160분 꽤 긴 영화이다.
우선은 지루하지는 않았다. 흥행하기에는 약간 긴 시간이라고 하는데 그레도 괜찮았다. 오히려 짧다는 느낌도 들었으니까. 짧다는 것은 어찌보면 압축이 덜 되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압축은 그냥 짧은 것이 아니라 요약하면서도 핵심이 명확하야 하는데 간혹 그렇지 않아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라 꼭 집어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느낌이 그랬다.


치밀한 구성인 듯하지만 잘 따라가다보면 관객은 어렵지 않게 얼개를 짜 맞힐 수 있다.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는 등장인물의 숨은 이야기가 하나씩 들추어지면서 점점 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마지막 장면은 지금까지 짜 맞춰 놓은 얼개가 한순간 와르륵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반전은 영화를 다 본 후에도 관객의 두뇌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차를 타면서 아마 그들은 박 검사처럼 '그들의 그림을, 생각보다 큰 그림'을 설명하느라 차 앞 유리에 침을 튀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원작인 웹툰과는 다른 다소 열린 결말이어서 인것 같다. 강우석 감독은 인터뷰에서 원작자도 영화의 결말을 보고 매우 흡족해 했다는 말을 했다.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닌 이상 원작과 영화의 불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 불화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독자와 관객일 것이다. 나는 독자는 아니고 관객이기 때문에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볼 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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