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옛 사람들의 식생활이
나의 유년기와 겹쳐져 내 시야 안으로 밀려든다.
그것은 장독대에 비친 햇살만큼이나
반짝이는 것들이 모여
만들어낸 마른 풀잎이었다.

오늘 아침에 옥수수로 끼니를 때웠다.
삶은 옥수수가 두 개
냉장고 속에 있다.
그것을 끄집어 내 랜지에 덥히니
먹을 만하게 알들이 토실해 진다.
그것을 먹고 아침의 때를 넘기고 있다.


보리도, 조도, 옥수수도
그들에게는 고픈 배를 달래는
좋은 음식이었으리라
허나 고픈 배가 아픈 배가 되어가던 시절
옥수수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다.
돌돌돌 구르는 알알들이
혀에서 녹지 않아 한참이나
되새김질을 해야 했었다.


오늘 만난 옥수수는
충분히 우리의 미각을 겸허케 만드는
매력의 산물이 되었다.
입 속에 넣고
더러는 포만감에 젖으며 커피 한 잔을 함께해
아침을 밝게 연다.


몸도 마음도
예나 지금이나 옥수수와 함께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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