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뜨려서 좋은 것

 

 

장자의 친구 혜시가 선물로 받은 박씨를 하나 심었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큰 박이 달렸습니다.


박이 어찌나 큰지 바가지를 만들면


너무 펑퍼짐해서 물을 뜰 수가 없고,


물을 담으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쪼개졌다고 하는데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박이라며 투덜거리는 혜시에게


장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호수에 띄워놓고 배처럼 쓰지 않느냐?”


 


나를, 세상이 만들어놓은 틀에


억지로 구겨 넣을 필요가 뭐 있습니까.


큰 박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결론 내린 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합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보고


하나같이 ‘모자’라고 대답하는 어른들이


뼈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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