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전 방송과 경기후 지하철 광경

저녁약속이 있어
월드컵도 같이 볼겸 겸사겸사 시내로 향했다.

지하철에서는 왁자지껄 그 자체였다.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아르헨티나 전에서 승리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까르르 까르르 흥분과 설레임. 지하철안은 붉은색 일색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말과 행동에 동요되고
낮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허물 없이 대화를 하는 광경이 보기 좋았다.

사회 일각에서는 범죄와 의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꼭꼭 닫아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온통 빨간옷으로 물들어 있는 지하철 광경은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뿐이다.

강국 아르헨티나를 이긴다는 것은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이길거라는 희망을 버리지는 말아야지.
아마도 모두 그렇게 마음을 모으고 또 모았을 것이다.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과
아르헨티나 전을 관람하였다.

경기 휘슬이 들리고 1분도 채 안되어 불안한 마음은 점차 희망에서 좌절로 옮겨가는 중이다.
주변에서는 야유와 아쉬움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
의외로 아르헨티나가 가볍게 경기에 임하는 것을 보고 두 손을 꼭 잡고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도 보인다.

그런 불안함은 결국 자살골로 이어지고.
전반전이 끝나고 나서 1:2로 지고있는 상황에서 1골의 푸근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후반전에는 잘하겠지 생각하며 모든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거리를 나와보니 아무도 없었다. 차들도 한산하다. 가끔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표정없는 서성이는 사람들이 눈에 띌뿐이다.

후반전 시작
뭔가 될성싶은 몸놀림.
그러나 결국 어~ 어~ 하는 순간 우리는 1:4로 져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거웠다.
3시간전 지하철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잠잠한 분위기로 가라앉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표정들도 어둡다.










아 이럴 수 있을까?
너무 기대와 희망이 크면 이럴 수도 있구나 싶었다.

예전 우리집에 일본인 홈스테이를 한적이 있다.
20대 중반의 그녀는 평범한 일본 직장인으로 한국말도 열심히 공부하며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당시 한창 광우병 수입소 소동으로 수만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일때였다.




일본에서는 이런 광경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많이 모여야 100명 ~ 200명.
넓은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하더라.

TV에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있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의 뭉치는 힘에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고
내심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그 이후야 빨리 식든지 말든지, 어떻든 말이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