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을 시작하기 힘들때 어떻게 해야 하나?
글쓰기 책을 보면 첫글을 시작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예, 텍스터 처럼 서평을 작성하는 것도 매한가지 일겁니다.
첫글 도입부를 술술 써내려가다보면 다음글이 줄줄이 풀릴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 이태준님의 문장강화에 재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는데 너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어 이곳을 빌어 텍스터 회원님에게 공유해볼까 합니다.
글머리 만들기 부분입니다.
김황원(金黃元)이 대동강에서
장성일면용용수(長城一面湧湧水)
대야동두점점산(大野東頭點點山)
(해설 : 부벽루에서 바라본 경치를 그린 시구로서 긴 성벽 한쪽에 강물이 넘실넘실, 너른 벌 동쪽 머리엔 산들이 점점)
을 짓고는 다음 구가 나오지 않아 붓을 꺾었다는 말이 있다. 첫 한구에서 할 말을 다 해버린 까닭이다.
더욱이 산문에선 첫머리 몇 줄, 몇 줄이라기보다 단 첫 줄의 글, 다시 첫 줄이라기보단 첫 한 마디, 그것을 잘 놓고 못 놓는 것이 그 글이 잘 풀릴지 잘되고 못될지를 좌우하는 수가 많다.
너무 덤비지 말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 것이다. 신기하게 하려 하지 말고 평번하게 하면 된다.
화가 고흐는, 화포 위에 '무엇'이 깃들기 전에는 붓을 들지 않는다 했다. 종이 위에 쓰려는 것이 활실히 깃들기 전에는 붓을 들지 말 것이다. 쓰려는 요령만 눈에 보인다고 덥석 쓰기 시작하면 중요한 부분이 처음 몇 줄에서 다 없어져버린다. 용두사미가 된다. 능히 제목부터 써놓을 수 있도록 글의 전모를 빈 종이 위에 느끼고, 그러고 나서 첫머리를 찾아야 한다. 마음속에 그 글의 전모를 느끼기 전에 붓을 들면 머리가 안 나오고 중간부터 불거지기 쉽다.
[중략]
문장에 자신이 적을수록 구절을 얼른, 짧게 끊는 것이 좋다. 대개 첫 구절을 길게 끌어가지고 내려오다 얼크러놓는 것은 첫 솜씨들이 쉽게 저지르는 잘못이다.
- 이태준의 문장강화 글머리 부분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