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방 할아버지의 '바보처럼 살았지'
고단한 일상속에서 나를 지탱해주던 구두 귓굽이 닳아 동네 구둣방을 찾았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구두도 닦아주고 구두도 고쳐주는 그런곳이 아닌 진짜 구둣방이다.
일흔은 훌쩍 넘겼을 할아버지가 두사람도 들어서기 힘든 건물 한쪽 공간에서 구부정한 어깨로 구두를 고치는 모습을 봐왔는데..
어느날 하루 지나가다 구두굽을 갈아보니 그동안 해주던곳들과는 사뭇 달랐다.
무척 느리지만 꼼꼼하게..정말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그런 구둣방이다.
오늘도 가을구두로 바꿔신으면서 구두굽을 바꾸기 위해 할아버지 구둣방을 찾았다.
할아버지의 일하시는 모습은 참 열심이시다.
말씀드리지 않아도 울뚝불뚝 벗겨진 가죽도 본드로 잘 붙여주시고..
코가 닳은 앞부분도 쓱쓱 갈아내고 왁스를 칠해주신다.
"할아버지 꽤 오래 하셨나봐요.."
"바보처럼 살았지"
"네?"
"한가지만 열심히 하면 되는줄 알았지..그런데 직업도 얼른얼른 갈아타야 하는걸
몰랐어..우리때는 그저 한가지만 열심히 해야 하는줄 알았는데...바보처럼 살았지"
순간, 무슨말을 해야할 지 잠시 멍해진다.
장갑도 끼지 않은 손은 때로 찌들고 갈라졌다..한가지 일에만 평생 매달려온 할아버지가 결코 부자처럼 보이지는 않는걸 보면 그말이 맞는것 같은데..
"그저 한우물만 파야 한다는말도 맞고..얼른 얼른 좋은직업을 찾아 바꿔야 한다는 말도 맞고...계란이 먼저인지..닭이 먼저인지..하고 똑같은 말이야"
하시는 할아버지를 뒤로하고..가슴이 먹먹해서 돌아오면서 나에게 묻는다.
'묵묵히 한우물만 파는게 옳은건지...
눈치껏 세상을 요령있게 사는게 옳은일인지..'
그래도 그 구둣방 할아버지는 그일이 좋으셨던게 틀림없다.
단지 먹기위해서라면 그것말고도 할일은 있으셨을테니..그 일이 좋아서..
고단한 사람들의 낡은 구두를 고쳐주는 그 일을 분명 좋아하셨을게다.
아주 열심히..예술가 처럼 구두를 고치는 모습에서 난 분명 그렇게 느껴졌으니까..
혹시 예술가처럼 구두를 고쳐주는 구둣방을 찾으시면 금호동 금남시장 버스정류장앞에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를 찾으시기를...
예술가의 솜씨치고는 엄청 저렴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