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목(雪害木)... <무소유>의 한 구절

산에서 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이고 만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덕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에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 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 무소유, 법정, 범우사, 1991(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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