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계주의 '현자란'

현자란 - 사마계주

어진 이들은 바른 길로 나아가며 바르게 충고하지만, 세 번 충고하여 듣지 않으면 물러납니다. 남을 칭찬하는 경우에도 보상을 바라는 일이 없고, 남을 미워하는 경우에도 어떠한 보복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직 나라를 평안케 하고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것만을 염두에 둡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높은 벼슬이 주어져도 자신에게 적당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 봉급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공이 아니면 받지 않습니다. 또한 바르지 못한 사람을 보면 그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공경하지 않으며, 더러운 인간을 만나면 그가 아무리 존귀한 신분이라도 자신을 낮추지 않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벼슬을 얻더라도 기뻐하지 않으며 벼슬에서 물러날 때에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굵은 오랏줄에 묶인다 하여도 자신의 죄가 아니면 결코 치욕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자란 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몸을 한껏 낮추고, 아첨하여 말함으로써 웃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띄게 하며, 서로 끌어 주지만 인정보다는 권세로써 하고 이익으로써 서로 당깁니다.
뿐이 아니라, 파벌을 만들어 높은 명예를 구하고 나라의 녹봉을 받으면서도 뒤로는 사리사욕을 채우며, 국법을 어기면서 백성들의 피와 땀을 착취합니다. 벼슬로서 위엄을 갖추고 법으로서 무기를 삼습니다. 이러하니 칼을 잡고 칼끝을 백성에게 겨누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또한 처음 관직에 등용될 때에는 실력을 두 배나 되는 것처럼 꾸미고 없는 공을 만들며, 허위 문서를 만들어 임금을 속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사람일수록 높은 자리를 최상의 것으로 생각하며 현명한 인물이 나타나도 결코 자리를 양보하지 않습니다.
이런 무리가 조정에 머무르면 법을 범함으로써 백성을 해치게 되고 나라를 황폐하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이런 자들을 일컬어 창과 활을 가지지 않았을 뿐 남을 공격하는 도적의 무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사기 1 중에서, p.362)

*** 사기, 사마천, 서해문집(현재는 판매되지 않는 책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