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로드' 보고 왔습니다.

연말이어서 그런지 부쩍 지구멸망에 대한 영화가 많아졌네요.

저는 이책을 읽지 못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봤는데요...

정말 우울하고 힘든 영화였습니다.

어떤 이유로..지구는 멸망했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직 멸망한것은 아니었습니다.

몇몇인간과 약간의 생명들이 존재하는 회색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예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내일도 어제같을것이라고 생각했던 인간들에게

재앙이 닥친 모양입니다.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말처럼 사실 인간들은 예감을 하고 있었을겁니다.

예고도 있었을겁니다. 단지 우둔하여 정말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설마하면서 모른척했겠지요.



정말 내게 이런일이 닥친다면 거의 모든생명들이 꺼져가는 순간에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나혼자 살아남거나 목숨과도 바꿀만큼 사랑하는 아들과 남겨져야 한다면...그것은 엄청난 고통의 시작일뿐입니다.

주인공과 그아들은 그렇게 잿빛도시에 추위에 빗속에 살아남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날때즈음 이미 인류의 빛은

꺼져갔는데 세월이 흘러 아이가 예닐곱살쯤까지의 여정은 그야말로 눈을 뜨고 볼수가 없습니다.

이미 먹을것은 더이상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먹고 야만으로 되돌아가는 현실을 봐야합니다.

제목은 '길'인데..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무지 어디로 가야 살아남을지도 알수 없습니다.

항상 품속에 간직한 총알 두개는 그와 아들의 고통을 끝내줄 무기입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들에게 바다는 파란빛이 아닌 회색빛의 절망입니다.

나와 같이 했던 모든사람들이 죽고 앞날이 보이지 않아도 살아야 했던건...아들때문이었지요.

어쨋든 살아남았고...아들을 지켜야 했기때문에..주인공은 최선을 다해..아들을 지킵니다.

때로는 살인마로 변한 폭도를 죽이기도 하고 나를 지키기 위해 폭도로 변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는 남쪽으로 향합니다. 과연 그곳에 인류의 희망이 있기는 한걸까요.

그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아들에게 남쪽으로 가라고..너 스스로를 지키라고..

하면서 아버지는 눈을 감습니다.



그제서야 난 그의 고단한 삶이 안식을 얻은듯...마음이 놓였습니다.

항상 마음의 불씨를 잃지 말라고 일러주었던 아버지의 사랑을 아들은 잊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선가 나타난 가족과 한마리의 개는...이제는 남겨진 인간들의 마지막 희망처럼 보였습니다.

이영화가..며칠전 막을 내린 코펜하겐 환경회의에서 상영되었더라면 어땠을까..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못한 채 서둘러 막을 내릴수 있었을까요.

자식을 키우는 에미로서...영화내내 그아버지처럼 내내 아들의 손을 놓을수가 없었습니다.

해라님..케케케케로오님..시간만 더 늦지 않았다면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하고 싶었던..

그런 밤이었습니다. 잘들 들어가셨죠?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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