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박범신.송찬호와 함께하는 낭독공감 다녀왔습니다.

올겨울들어 가장 춥다는 18일 금요일 저녁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박범신 선생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지난 가을 북페스티벌에서 만나뵙고 두번째 인데요. 날씨가 어찌나 춥던지 갈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시간가는줄 모르고 들었던 박범신 선생님의 유쾌한 말씀이 생각나 급히 달려갔습니다.
송찬호시인은 오늘 처음 뵈었는데 시는 본 기억이 있었습니다. 짱구엄마 성우 김희선씨가 읽어주신
'찔레꽃'이 특히 마음에 와닿더군요.
'그해 봄 결혼식 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 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 하였던 것인데,'.......
아 저는 이시를 들으면서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단 몇줄의 글로 이렇게 가슴아픈 사랑과 이별을 노래할수 있다니..얼치기 시는 그만써야할듯합니다.
고잔자 김정호를 쓸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150여년전 떠돌이 생활로 완성된 지도가 너무 정확해서 청나라 첩자로 몰리고 어머니가 없었던
사나이의 못다한 정한이 내가 좋아했던 모티브이고 김정호는 새로운 지도를 만들었다기 보다
이미 만들어진 지도의 오류를 잡아주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혜련스님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것이 너무 안타까운데..왜 그러셨는지요?
나중에 많은 독자들이 고산자에서 가장 인상깊은 곳을 얘기한다면 혜련스님과의 러브스토리라고 하던데
사실 전국을 떠돌았던 김정호가 그만한 사랑한번 없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방물장사와의 사이에
딸이 있었다고 하는 속설도 있었는데 열살때 김정호가 토산현을 떠나 산을 헤메일때 한 여인의 젖을 먹고
살아납니다. 결국 그의 딸인 혜련스님과의 하룻밤 인연으로 순실이를 얻는데..한젖을 먹은 사람으로 설정한것은
결국은 그너머 이룰 수 없는 꿈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의미한 것입니다.
서재에 책이 얼마나 있으신지요? 가장 감명있게 읽었던 작품은?
이사를 다니려니 책이 너무 짐스러워서 1000여권을 버리고 작가의 방처럼 보일만큼만 가지고 있습니다.
자료수집을 위한 독서는 엄밀히 독서라고 할수가 없고 사실 책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은
1Q84인데 아무래도 경쟁자의 의도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읽은 것이고(웃음)
시집은 종종 읽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이른봄에 자살을 기도한적이 있었는데 걱정 하셨던 아버님이
산에 나를 데려다 주면서 이불자락속에 넣어주셨던 책두권 세계전우문학전집 7권 희곡,시나리오편과
불란서현대문학편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실 독서는 위험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작품에서 '죽어라'
고 했는데 정작 자신은 팔십을 넘어 장수했으면서...그런 독서의 치명성 때문에 제가 약을 먹은셈인데..
독서지도가 없는 독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책을 많이 읽지 마세요. 읽을거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과 내가 싫어하는 분야의 책을 같이 읽도록 해서 항상 균형을 맞추기 바랍니다.
다음작품과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연애소설을 집필중이고 제 마지막 꿈은 순례자가 되는 것입니다.
집사람말로는 내가 여자를 좋아해서 순례자가 되기 어렵다고 하는데(웃음) 길을 가고 산을 올라가다 보면
여자가 많습니다.(웃음) 우리 집사람이 그걸 몰라요.(ㅎㅎ)
지난 작품보다 업그레이드된 작품을 쓸 수 없을때...그때는 그만 써야겠지요.그런점에서 고산자가 제 다음
작품의 잣대가 되겠습니다. 소설가는 저잣거리에 사는 사람입니다. 무당이 굿을 안하면 몸이 아픈것처럼
조금 쉬고 있으면 자꾸 내안의 짐승이(낙지라고 표현되는)내옆구리를 비집고 나오니까..쓸수 밖에 없는것이죠.
36년동안 70여편의 작품을 쓰신 선생님의 열정이 존경스럽고 어제는 하품을 하시면서 왜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고 겸연쩍어 하셨지만 눈빛만은 어느 젊은이보다 강렬했음을 감사했습니다.
추운날씨 때문인지 많은 독자들이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즐겁고
역시 박범신 선생님의 입담은...참 여전하십니다. 이렇게 행사도 많이 하시는데 언제 작품을 쓰시는지
걱정도 되더군요. 특히 데스크에 마련되었던 커피맛은 정말 잊지 못할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