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님의 송년 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겨울비가 감질나게 내리던 홍대앞은 불야성입니다. 김남중작가님의 작품은 제가 본적이 없어서 낯설었는데..

깔끔한 인상에 목소리도 좋으시고 낭독을 통해 들어본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참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네요.

12살 소년 유진과 낯선 동반자들과의 가출여행기랄까요? 여행중에 지친 사람들에게 삼촌이 외쳤다는 말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울산에 도착하면 삼겹살이다...그때부터 이정표가 나타날때 마다 울산 110km...울산 80km....가 아니고 삼겹살 110km....삼겹살 80km...로 보인다는 장면에서 아주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이제 막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절대 혼자 떠나지 마세요. 경험많고 길을 인도해줄 사람과 시작하십시오. 그래야 그길이 낯설고 지치고 위험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와같이 인생의 경험자가 내손을 잡고 같이 가주었으면 해서 그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장사하자...노래 들으신적 있으시죠? '하찌와 TJ'라고 아주 재미있는 그룹이 있는데 저도 몇번 노래를 듣고 방송에서 본적이 있는데 역시 익살맞고 특이한 친구들입니다. 오늘의 북콘서트를 위해 젊은 TJ군은 절대 잘 안읽는 책을 읽었다는데 단숨에 읽어버린 두번째 책이었답니다. ^^

이작품은 가족간의 갈등과 소년의 방황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길을 제시해준 좋은 책인것 같아 저도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2부에는 아주 젊고 예쁜 투앤비라는 가수들이 나왔는데 투피앰, 투에이엠도 겨우 외웠는데...도통 모르겠는 가수입니다.

그런데 이친구들 노래를 기가막히게 잘하네요. 떼거리로 나와서 도대체 가사도 잘 안들리는 요즘 가수들중에서 제법 가창력이 대단합니다. 신곡 '뻔한 여자'란 노래는 제목으로 봐서는 별루였는데..노래 좋더군요.


제가 얼마나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었는지 이친구를 보고 알았습니다. '하림'이라는 가수라는데...제조카 가수 '청림'하고 이름은 비슷한데 외모는 그 가수말대로 사막에 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같은데요. 이름까지도 '하림'이라 많이 놀림을 받는답니다. 노래 중간에 하모니카가 고장이 나서 급히 다른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제목을 생각이 안나고 어디 드라마에선가 나왔던것 같기도 하고...맨 나중에 부른 신곡 '칼라하리'는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면서 작곡한 곡인데...이 가수의 진가가 그 노래에서 드러났습니다. 흠...은근 재미있는 친구에요.

'엄마를 부탁해'에서 한 장면을 낭독했는데 엄마가 전라도 사투리로 아들에게 '너는 첫 자식으로 뭐든 내게 첫경험을 하게 해준 아들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인데..어찌만 맛깔나게 전라도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지..신경숙 선생님이 반할정도 였답니다. 고향이 전라도 해남이랍니다. 성격이 아주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친구입니다.

이 북콘서트는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녹음을 같이했는데 신경숙 선생님이 어찌나 부끄러워 하시고 자꾸 웃으시는 바람에..아나운서가 당황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나중에서야 알았는데요. 이런 북콘서트형식의 만남은 세번째인데 오시는 분들은 처음이지만 선생님은 비슷한 상황에 대해 능청맞게 처음인듯 진행하시기가 힘들어서 이런 만남이 늘 걱정이셨답니다. 한 20여분 이런 장면이 나와서...우리들은 재미있고 좋았는데..^^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신 손님은 성우 서혜정씨입니다. 스컬리로 유명하시고 요즘 롤러코스터로 인기 만발하신 서혜정씨가 이 콘서트에 오신 이유는 '엄마를 부탁해'가 시각 장애인을 위한 북OST로 나와서 낭독을 해주셨는데...

저는 이 장면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성당에서 죽은 아들을 품에 안고 있는 성모상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서혜정씨의 맑고 고운 음성과 감성이 그대로 전해져서...


저는 이런 북콘서트 형식의 만남은 처음이었는데요.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라이브 음악도 좋았고 미리 연출된 맞춤형 만남이 아닌 실수하고 어색하고...하지만 순수한 만남의 시간...

하필 오늘 같이 동행할 분이 없어 혼자갔는데(원래 동행자 1분 가능했었거든요)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100만부 기념으로 새로 발간된 양장본 '엄마를 부탁해'에다 신경숙작가님과 서혜정님의 사인도 받고

선생님과 많은 대화도 나누고 왔습니다. 밖에는 아직도 겨울비가 촉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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