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풍경사진 154
[택배 받기 힘들어서..]
새로 이사한 집에서 쓰라며 동생이 조립식 가구를 하나 사서 보내기로 했다. 동생은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내가 사는 곳으로 택배 배송을 신청할거란다. 주중에 주문하면 금요일이나 토요일 쯤 배달이 된다고, 어디 가지 말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집에 꼭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동생도 참.. 나 바쁜데.. 그래도 공짜로 생기는 거니까 고맙게 받기로 했다. 나는 월요일에 다른 지역으로 가서 목요일에 돌아오는데,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집에 있으니까 기다리다가 받으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동생이 언제 주문을 했는지, 배송이 늦어져서 휴일을 지나 월요일에 물건이 배달되었다. 택배 직원이 월요일에 전화를 했다. 택배 왔는데 지금 어디 계신가요? 이를 어쩐다. 저, 제가 외지에 나와 있어서 지금 택배를 받을 수 없고요. 집 옆 가게에 맡겨 주세요. 택배 직원에게 그렇게 부탁을 하고,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택배 물건이 그렇게 큰 줄 몰랐다. 그저 작은 박스라고만 생각했다.
다음날 택배 직원이 전화를 했다. 어제 맡긴 택배 아직 안 찾아가셨네요? 가게 주인이 막 뭐라고 그러는 거예요. 이거 큰일났군. 주인아저씨가 굉장히 무뚝뚝하신데. 역시 문제는 크기였다. 찾아간다는 기약도 없이 큰 물건을 며칠씩 가지고 있으려니 가게 주인이 얼마나 신경 쓰였겠는가. 아침에 꺼내놓고, 밤에 다시 들여놓고, 포장이 뜯어지거나 흠집이라도 나면 가게 주인은 골치 아프다. 가게 주인은 택배 직원에게 뭐라 하고, 택배 직원은 또 내게 뭐라 한다. 내 참.. 내가 집을 오래 비운다는 것을 택배 직원에게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서 이렇게 되었다. 다 내 잘못이다.
일단 택배 직원하고 나 사이의 문제는 간단히 해결했다. 미안하다 한 마디 하고, 내가 택배 회사로 물건을 찾으러 가기로 합의(?)를 봤다. 가게 주인은 내게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아파트 단지에,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줄어들고 있는데 내게 뭐라 해서 고객을 잃을 필요가 있나. 한 소리 들을라치면 가게에 발길을 끊는다. 그래도 이웃하고는 사이좋게 지내야지. 가게에 인사차 들러서 택배 얘기도 하면서 분위기도 풀고, 생수랑 비누랑 당장 필요 없는 것도 조금 사가지고 나와야겠다.
그나저나 혼자 사니까 택배 받는 일도 힘들다. 살림살이 보태준다는 사람은 많은데, 이거 택배 받기 힘들어서 어디 보내달라고 하겠나. 준다고 해도 못 챙긴다. 택배 받기 힘들어서...
- [500자 풍경사진 154]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