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풍경사진 152
[바나나 우유는 원래 하얗다.]
치과치료 때문에 잘 먹지를 못하니까, 식사 때마다 힘들고 귀찮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과일이랑 우유를 같이 섞어서 갈아 마시는 방법이다. 주스라기보다는 우유가 많이 들어가니까 과일우유가 되겠다. 이 참에 믹서도 작은 것으로 하나 샀다. 남들은 믹서로 이것저것 잘 해먹는데, 나는 오로지 과일우유만 만들어 먹는다. 사과를 넣으면 사과 우유, 토마토를 넣으면 토마토 우유, 바나나를 넣으면 바나나 우유다.
토마토 우유는(토마토 주스 포함) 의외로 입맛에 안 맞는다. 토마토는 그냥 생것으로 먹어야 한다. 처음에 무턱대고 진한 토마토 우유를 만들었다가 한번에 못 마시고 다른 과일과 우유를 더 섞어서 마셨다. 그에 대면 사과와 바나나는 먹을 만하다. 아주 좋다.
여기에 사과 우유와 바나나 우유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적어보겠다. 뭐 그까짓 것을 적느냐고 하겠지만, 만들다보니 오묘한 맛의 차이가 있었고, 나름대로 최상의 맛을 찾았기 때문이다.
우선 바나나 우유.
우유 300 ml + 바나나 한 개 반. 여기서 한 개 반이 중요하다. 하나가 들어가면 좀 연하고, 두 개가 들어가면 좀 진하다. 우유처럼 후루룩 마실 수 있으면서도 뭔가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기엔 바나나 한 개 반이 적당하다.
사과 우유.
우유 300 ml + 사과 4등분해서 한 조각. 여기서 또 한 조각이 중요하다. 바나나 우유와 같은 이유다.
사과 우유보다 사과를 적게 넣은 바나나 우유. 이름이 길어서 이것도 그냥 바나나 우유라고 하겠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있는 것 다 넣어서 만든 것에 불과하다.)
우유 350 ml + 바나나 한 개 반 + 사과 8등분해서 한 조각. 이렇게 만들면 있는 듯 없는 듯 조금 사과 맛이 나지만 사과 향은 적당히 난다.
이렇게 바나나 우유를 아침저녁으로 만들어 마신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몇 가지 생각들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노하우가 있다는 것. 그 노하우는 실제로 해 본 사람만이 터득할 수 있다는 것. 뭐든지 하면 할수록 실력이 좋아진다는 것.
또 한 가지는 ‘바나나 우유는 원래 하얗다’는 것. 우리는 그동안 노란색의 바나나 우유를 먹었는데, 어느 날 한 업체가 ‘바나나 우유는 원래 하얗다’며 반기를 들고 나온다. 신선한 충격이고, 대반전이다. 역시... 진실은 반드시 그 꽃을 피운다. 잘못된 것을 오래 덮어둘 수는 없다. 아침저녁으로 바나나 우유를 만들면서 엄청난 것을 깨닫고 감동을 받는다.
- [500자 풍경사진 152]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