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사서일기) 기록-학교도서관 연계 수행평가 기간 종료 후-
<<<6월 18일 목요일>>>
2학년 부장교사에게서 문학 수행평가 관련 질의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2학년 2반
000 학생이 본인은 도서관 홈페이지에 독후감 5편을 올렸는데, 사라지고 없으므로 확인을 요청하였다. 나는 우선 학생을 직접 봐야 하니 도서관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잠시 후, 00이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에 왔다.
학생은 보무도 당당하게 자기가 올린 다섯 편의 독후감이 사라졌다고 말하며 도서관 홈페이지가 해킹당한 것 아니냐 하는데, 마치 나를 비웃는 표정으로 웃음을 흘기며 친구들을 바라봤다. 그의 친구들 역시 학생의 독후감이 어디로 사라졌냐면서 내게 따지는 시선을 던졌다.
나는 학생이 보는 앞에서 도교육청 시스템 지원센터에 다음과 같은 문의를 올리며 답변을 기다려 보자고 했다.
/// 교내 교과목 수행평가 점수와 관련된 일입니다. 신속한 처리를 부탁합니다.
00고등학교 학생 2-0-00번 000 학생이
홈페이지 독서표현 마당에 올린 독후감 5건의 기록이 사라졌습니다.
수행평가 담당교사와 학생 모두 기록의 확인을 요구 하였으니
답변 부탁드립니다.
혹시??? 동일 id/pw를 사용하는 학생이 있었는지도 알아봐 주세요^^!
답변 결과는 저(사서)와 다음 두 곳으로 보내주십시오.
1. 000 111111@22222.com
2. 00고등학교 2학년 부장000교사 031)0000-000
다시 한 번 신속한 처리결과를 기다립니다. 수고하세요.///
<<<6월 19일 금요일>>>
지원센터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다.
///안녕하세요? DLS상담센터입니다.
확인해 보니 000학생의 독서표현은 2008년에 2건밖에는 검색이 되지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
신대로 5건의 글이 사라졌는지 개발사에 확인요청을 했습니다. 처리완료 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다른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다면 다시 질의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좋은하루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나는 교사와 학생에게 답변을 알려주었다. 교사와 학생 모두 답변이 황당하다는 표현이 역력했다.
<<<6월 22일 월요일>>>
월요일에는 시스템을 개발한 개발팀 담당자의 전화가 왔다. 학생의 로그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전산 상 로그기록이 없다는 것은 학생이 로그인 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이 도서관 입구에 보였는데, 그는 2층 전산실로 올라갔다.
잠시 후, 2층에 있는 학교서버 관리 교사에게서 전화 질의가 왔다.
정보부장교사, “선생님, 학생들의 도서관 id가 학년이 진급되면 자동으로 바뀌나요? 여기 000 학생이 자신의 id가 바뀌었다고 왔는데요.”
나, “아니요. 신입생 때에는 id를 일괄등록해서 부여하지만, 본인이 수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학년이 바뀐다고 id가 변경되지 않아요. 도서관 id문의는 제게 학생을 보내주세요.”
잠시 후,
000 학생, “제 id는 제가 바꾼 것이 아닌 데요!”
이쯤에는 학생의 표정이 매우 불쾌한 상태였다.
나, “그럴 리가 있나? 자 확인해 보자!”
나는 학생의 입학년도에 공지된 id리스트에서 학생이 처음 부여 받은 id를 찾아서 보여 주었다.
나, “자! 여기 있네. 네 아이디의 처음은 다른 학생들과 형식이 모두 같은 거다. 이후에 내가 너희들에게 수업을 했었고, 수업 때에 id를 본인이 바꿀 수 있다고 알려줬지? 너는 네가 원하는 id로 바꾼 거네. 이걸 다른 사람이 해준 건 아니잖아!”
000 학생, “그럼, 비밀번호는 어떻게 되는데요?”
나, “비밀번호는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자, 여길 봐라! 이렇게 검은 점으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도 비밀번호를 알 수가 없어. 우선 네가 비밀번호를 모른다니까 지금 내가 ‘1111’로 바꾸어 놓을 테니, 네가 홈페이지 개인정보변경에서 네가 원하는 것으로 바꿔라!”
대답을 듣는 학생은 내가 제공한 수고에 대해 조금도 고마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자신의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듯 날카롭고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가버렸다. 곧이어 나는 수행평가를 담당한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학생이 이제 막 비밀번호를 확인해 갔다고 알려주었다.
학생이 비밀번호를 수정해서 간 오후에 학교도서관 홈페이지에는 000학생의 독후감 2편이 올려져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학생이 도서관홈페이지에 독후감 다섯 편을 올렸다는 것은 어이없게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