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선생님 잘 지내시죠?

나이를 먹으니 일년이란 시간이 너무 빨라집니다.
작년에는 전화도 못드리고 넘어가고 재작년 선생님과 식사하면서 즐거웠던 시간이
문득 멀게 느껴집니다.

저 늙은건 생각않고 선생님 늙으신 모습이 어찌나 마음아프던지...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더니..영원히 멋진 총각선생님이실것 같았는데
그래도 제 눈에는 여전히 멋진 담임 선생님 이십니다.

교무실에 살금살금 다가가서 등을 두드릴때서야 돌아다 보시면서
당황하시고 웃으시던 선생님의 미소는 여전했거든요.
우리 어려서는 왜 그리 가난한 사람들도 많았던지..

등록금 때문에 늘 선생님의 가슴을 졸여드리고(물론 제잘못은 아닙니다만)
교무실로 불려들어가서 고개를 숙인 저를 더 가슴아프게 바라보시던
선생님...그때 주셨던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참 오랫동안 간직했었는데..

지금은 없어져 버려서 얼마전에 도서목록속에 그 제목을 보았을때..마음이 짠 했습니다.

올해 제 막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저희때도 교복값은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멋진 교복을 사주려고 유명 메이커 교복집에서
아이 교복을 입혀보면서 또 선생님 생각이 났습니다.

어찌어찌 교복은 맞추어 입고 학교를 다녔는데..
오버코트는 도전히 마련할 형편이 아니었지요.

그때는 어찌 그리 겨울날씨가 매섭던지...웃목에 찬물을 놓아두면 얼기도 했으니까요.
교복속에 낡은 내복을 껴입어도 늘 그렇게 추웠습니다.

어느날 방과후에 저를 부르신 선생님께서
아주 낡은 오버코트를 주셨습니다.

사실 지금으로 보면 아무도 입지 않을만큼 몹시 낡은 외투였습니다만
아주 두툼하고 따뜻하게 보이는 외투였습니다.

한창 사춘기였던 저는 그 외투를 받아들고 고맙다는 마음보다
부끄럽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멋진 외투를 입고 다니는 친구들에게
솔기가 낡아서 실밥이 너덜한 그 외투는 제 가난의 상징처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살벌한 날씨앞에서 저는 그 외투를 입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새교복과 새신발...을 사주면서..지금 우리 아이에게 저도 이런걸 해줄수 없는 엄마였다면..
얼마나 가슴아프고 서러웠을까..싶어 이렇게 가난을 대물림 해주시 않아서 참 감사했습니다.

30년도 훨씬전의 일이지만 저는 어제처럼 생생하기만 하네요.

사이사이 편지로, 전화로..연락을 드리고 살긴 했습니다만..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늘 죄송스럽습니다. 교사가 되고 맡은 첫 아이들!

그날 저에게 보여주셨던 교무수쳡에 적혀있던 제이름과 성적...아이큐의 숫자가 새삼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마침 교사모임이 있으시다며 식당으로 가는길에 동료교사분을 제차로 모셔드리고
가지고 간 케잌을 드렸지요. 나중에 그케잌을 나누어 드시면서 제자랑을 하셨다고 해서
얼마나 민망한지..아마 그게 교사로서 큰 기쁨이 아니셨겠습니까..

교사의 권위가 그전같지는 않지만 아직 저는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교단에 계실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라서 30년 40년 후에 조그만 케잌이라도 들고 인사드릴수 있는 그런 사제지간이
될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수 있을지..저는 기대해 봅니다.

치아가 안좋아서 치료를 다니신다고 하시더니 잘 치료가 끝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교단에 계시는 동안 늘 저에게 주셨던 사랑...많이 나누어 주시고
하얗게 웃어주시던 그 미소 잃지 마시고
늘 건강하게 저를 지켜봐 주세요.

5월이 가기전에 찾아 뵙겠습니다.



제자 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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