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잘 다녀오렴~~
중2 아들이 오늘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일보느라 아이들을 데리고 좀 돌아다녔네요. 햇빛이 비치던 날씨와는 달리 바람이 무척 차가운 날이었습니다. 간만의 쇼핑에 피곤한 날이기는 하지만 저녁을 먹고 큰아이가 다리를 절뚝거립니다.우리집은 큰아이가 다리를 절뚝대는 날에는 초비상이랍니다.
병을 앓고나서 어린 녀석이 신경통이 생겼답니다. 날이 흐리거나 궂은날이면 영락없이 엉덩이쪽에 시큰거린다고 합니다. 물론 다리에는 이상이 없지만 어린 나이에 이래저래 아팠던 것이 무척 충격이었던지 다리가 조금 아프면 바로 몸을 사립니다. 휴일에는 날씨가 추웠던것이 원인이었나봅니다. 어른들도 몸이 썰렁하면 몸살기가 돈다고 하면서 욱신대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 녀석 반팔입고 후드티입고 패딩조끼만 걸치고 나가더니 딴에는 몸이 추웠나 봅니다. 다음날이면 여행을 가야하는데 미열도 조금 있는 것 같아보여 잠깐 자라고 했더니 바득바득 괜찮다고 우기더니 결국 다리를 저네요.
화가 납니다. 물론 아이 스스로도 겁나는 일이라서 몸을 사리는 것이겠지만 어찌나 화가 나던지 아이한테 냉정하게 말을 하고 말았답니다.
니 몸은 스스로 지켜야지 꼭 엄마가 잔소리 해야 듣는 척하냐고 말입니다.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랍니다. 이제는 좀 피곤하다 싶으면 자고, 다리가 뻐근하다 싶으면 실내온도 올리고 뜨뜻한 방에 누워있고, 그래야하는데 추운감이 드는데도 반팔입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아들의 모습에 화가나서 일단 잔소리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고 한잠자고 난후 아이가 걱정이 되는지 내일 수학여행 가지말까..그러네요.
마음 같아서야 안갔으면 싶지만, 자기 다리 아픈거 친구들한테 알리기 싫어 체육시간에 뛰는 아이인데 그마음이 오죽할까요..엄마의 오버액션이 시작됩니다.
"야야야~그까짓거 괜찮아. 니가 다리가 또 재발되는게 아니고 추운데 그렇게 웅크리고 있어서 몸살나는거야. 사람이 아프면 제일 약한부분부터 탈나잖아. 엄마는 얼마전에 다쳤던 손가락 있지?? 그게 먼저 아프고. 아빠는 옛날에 교통사고 나서 엉덩이 다쳤지?? 그게 먼저 아프다고 하잖아..너는 다리가 제일 약해서 거기부터 아픈거야. 오히려 다행이다. 너가 설악산가서 추워서 몸 아프고 고생하는 것보다 오히려 집에서 알게 됐잖아. 추워서 니 몸이 갑자기 웅크러들어서 그런거니까 여행가서도 따뜻하게 입고 잘때도 애들한테 말해서 방 제일 안쪽에 자리 잡고 자면 되는거야. 차에서도 겉옷으로 다리 덮고 그러면 되는거야."
"엄마 정말 괜찮을까?"
"안 괜찮으면 어쩔건데..걱정마. 엄마 아빠가 너 정상으로 다 만들어놨어. 니 생각에 아파서 고생했던것이 떠올라서 무의식중에 그러는거니까 걱정마. 그리고 수학여행 갔다가 아프다 싶으면 고민하지 말고 전화해 엄마아빠 냅다 달려가는거 알지?? 설악산까지 3시간이면 충분히 가니까 걱정말고 전화해 데리러 갈께"
아이는 안심이 되는지 그제서야 웃습니다. 아빠 무릎을 베고 눕기도 하고 엄마랑 발로 장난도 하고 잔다고 자기 방에 들어갔답니다.
새벽5시에 일어나서 아이 도시락도 싸고 팝콘도 튀겼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프고나서 왠만하면 시중에 파는 과자를 많이 먹지 않습니다. 몸에 안좋다는것은 스스로 선택을 안합니다. 대신 이번에 과자 많이 안살테니까 엄마가 팝콘 많이 해달라고 합니다. 그거 못해주나요?? 열심히 만들어서 큰 봉지 가득 했답니다.
아침에 아이가 준비하고 식사하고 배낭메고 다녀오겠습니다..인사하고 가는 모습이 왜 이렇게 짠한지 모르겠습니다. 아이한테는 웃는 모습으로 잘 갔다오라고 하면서도 속은 저려와 죽을 지경입니다.
울 영감이 그러더군요..걱정되면 학교에 갔다오라구요..
문자로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해도 되겠지만 새로오신 담임 선생님이 무척이나 씩씩하고 밝은 선생님입니다.
이참에 눈도장 찍으러 부랴부랴 학교로 갔습니다. 물론 아들은 모릅니다. 아들 녀석은 엄마가 학교에 와서 다리아픈 얘기 할까봐 그게 제일 싫은 부분이거든요..담임 선생님이 두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잘 알겠습니다. 걱정마시구요 아이가 힘들어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해주시네요.
몇몇 엄마들이 차 출발을 보고 가자고 하는데 그냥 왔습니다. 우리 아들은 그런거 그다지 고마워하지를 않거든요. 그리고 아이도 엄마가 걱정하는 마음을 본다면 맘편히 들뜬 마음으로 가겠어요? 그냥 왔습니다.
온종일 아이의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무사히 그리고 재미있게 놀다 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조금전에 자유시간이겠거니 하고 전화를 했더니 목소리가 무척 밝네요. 큰아들이라 그런가 두런두런 얘기해주는 애교는 없습니다. 저녁 잘 먹었니? 재미있어? 라는 물음에 네~라고 말할뿐입니다.
그저 전화를 통해 아이의 느낌이 괜찮다..라고 하면 다행이겠죠?
잘 다녀올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의 마음에 음..짠한 걱정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