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낭송회



교보문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낭송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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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책에서 '그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변하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시인 김선우는 성미정의 '사랑은 야채 같은 것'에 대해 설명을 했었다.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 미 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찔레꽃
-송찬호 / 배우 김소희 낭독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네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 때 덤불 아래 그 흰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얬어라 벙어리처럼 하얬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계간 『실천문학』2006년 여름호 발표


장석남 시인과 김선우의 진행, 배우 오광록과 김소희의 낭송, 그리고 그들의 수다...
다음은 사전에 입을 맞추지 않아 어색해 하는 그들이 아름다운 동영상~



김선우가 벌써 불혹이구나... 김소희도 불혹이구나... 나도 곧 불혹이구나... 세월은 잘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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