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지난 수요일, '생각의나무' 출판사와 '알라딘'이 공동으로 진행한 김훈과의 데이트에 다녀왔습니다.
김훈 선생님은 이런 행사를 통해 몇 번 뵜기에 큰 환상은 없었으며, 오히려 박광성 사장님께서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황송했던 그런 행사였습니다.

밥 벌어 먹기 위해 기자가 된 김훈...
기자를 관두고 역시 밥 벌어 먹기 위해 작가가 된 김훈...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니 멋진 기자로 멋진 작가로 평가받는 아름다운 김훈...

우조를 좋아하는 김훈...
법전 읽기를 좋아하는 김훈...
마치 법전처럼 우조처럼 뼈대만으로 현상 그 자체를 감동적으로 묘사하는 김훈...

자신이 사랑하는 모국어는 너무도 빈약하다며
글을 잘 쓰려면 영어, 한문, 독일어를 잘하는 것이 좋다던 김훈...
메이지시대 일본인들이 한자vs영어의 대비 사전을 편찬한 것을 극찬하며
그것이 바로 아시아와 서양 문화의 교류에 크게 이바지 하였음을 칭송하는 당당한 김훈...

영문학도로 워즈워드와 셰익스피어에 빠져지내다가 난중일기를 읽고 학교를 관 둔 김훈...
아무개가 군율을 거듭 어겨서 베었다. 띠용~!
진주성 함락소식을 듣고,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 아침에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병사들을 깨워 배를 끌어 올렸다. 띠용~!


작금의 어린이날은 '내새끼의 날'이 되어 버렸다며 개탄하던 김훈...
이제 자식들 다 키워서 서른줄에 이르니 더 이상 돈을 타가지 않아 살만 하다는 김훈...
88만원 세대에 희망을 주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힘든 날을 회상하며 매섭게 다그치는 김훈...

환갑을 막 넘긴 나이에 인생을 회상하며 만기출소를 앞둔 장기수의 느낌이라며 껄껄 웃던 김훈...

참으로 솔직하고 매력적인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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