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을 맞으며
지수(智首)스님의 <마음 탓이다>의 마지막 장을 펴봅니다. ‘바랑을 챙기며’란 제목의 글에서 스님은 죽음을 앞둔 붓다가 제자 아난다에게 슬퍼하지 말 것을 부탁하는 글을 적어놓으셨습니다. “아난다, 울지 마라. 가까운 사람과 언젠가는 헤어지는 게 세상의 인연이다. 태어난 것은 죽는다....” 여름과 겨울의 결제때에는 선방에 들어앉아 참선하고 봄과 가을의 해제때에는 이 절 저 절 떠돌아다니신다는 스님이십니다.
책의 맨 마지막 장을 ‘바랑을 챙기며’로 정하신 것을 보면 스님은 또 머물지 앉고 어디론가 떠나시려나 봅니다. 이제 곧 겨울 결제가 닥칠 테니 스님은 머지 않아 참선방에 좌정한 채 계실 것입니다. 슬퍼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글을 읽으며 저는 슬픔을 느낍니다. 그것은 스승 아니면 先人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요?
스님의 글로부터 “긴 생애 동안 100권에 가까운 책과 2만여 통의 편지를 4월말의 벚꽃잎처럼 흩뿌리며 18세기의 시대정신 그 자체가 되었다”는 볼테르를 급히 생각해냅니다. 아마도 흩뿌린다는 말로부터 산화(散華)와 소멸(消滅) 같은 것들을 연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부터 KBS 1 FM의 실황음악회에서 말러(Mahler) 시리즈를 연속 방송한다고 합니다. 한동안 계속될 이 시리즈를 통과(?)하면 겨울밤은 한층 더 깊어져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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