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순실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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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박
최순실 사태를 보며
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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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14 [12:5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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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규     ©
이게 나라인가? 최순실 사태를 보며 필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나라가 일정 개인이 쥐락펴락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상황을 맞았다. 이에 필자의 소회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 가을 붉은 단풍잎이 진 자리에 눈물이 떨어진다. 상처를 받은 마음에 또 달리 생채기를 내고 있다. 올 가을은 무난히 지나나 했으나 마음을 짓누르는 무언가에 의한 중압감으로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진다. 진실이란 말 앞에 우리는 늘 부끄러움을 알 나이는 지났고, 아니 외려 진실이 파헤쳐져 발가벗겨진 우리의 자화상 앞에 숙연히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다. 이 땅의 진실은 그렇게 가을의 중턱을 지나 겨울 예감이 드는 이때에 더욱 그 모습이 낭창낭창하게 걸린 잎이 다진 나뭇가지처럼 더욱 선연히 드러나고 있는지 모른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와 진실을 드러내려는 이들 간에 알력 아닌 사력을 다하려는 조잡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진실 앞에 얼마나 자신의 치부(恥部)를 드러낼 수 있는가? 오직 바른 생각과 깊은 통찰력만으로 거짓의 면모가 드러날 수 있다.
 
이 늦가을에 거짓에 상처 받은 영혼들은 과연 어떤 진실을 맞닥뜨릴지 의문이다. 거짓이 진실을 압살(壓殺)하는 무서운 이 시대에 과연 진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실은 살아남아야 하고 늘 그렇듯 거짓을 누르며 이 땅의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해 온 것이 역사의 진행 과정이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필자는 현재 돌아가는 시국(時局)을 보며 한 편의 한글 시와 또 한 편의 한시(漢詩)로 통회(痛悔)한 심사를 토로(吐露)하고자 한다.
 
「자아(自我)의 부재(不在)」
 
나를 잃었다
까만 바다를 물결 따라 육신 하나 부침(浮沈)한다
검푸른 파도가 검은 나를 삼킨다.
 
형! 난 그래도 검은 바다가 좋아
때 국물이 줄줄 흐르는 몸으로 검푸른 물결에 휘말렸다
그곳은 검은머리 처박고 검은 물에 멱을 감는 이들만 있었다
때 국물을 말아먹은 커다란 목욕탕이었다.
 
코딱지 후벼 파고, 귀 후비고, 가래가 목구멍에 그르렁거리고,
눈꼽 닦지 않고, 내장에서 나온 분비물이 찔끔거리며 나오는 그런 구정물 같은 곳 말이야
형! 거기는 너무 깨끗해 좋다고 해
같이 살며 헤헤거리고 흐느적거리는
폐기물 집합소야
 
같이 살까, 형?
거기에 우리 보금자리도 있어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며 때를 미는 곳이야
 
세상의 모든 이바구가 나오지
침도 튀고 게거품도 있어, 형
개밥그릇도 있고 말이야
불알 달린 놈들 이바구 하기 좋아, 형
 
거기는 아무나 갈 수 있어
그러니 천국 아니야?
근데 형, 거기는 이빨이 약하면 못가
이빨이 성해야 사는 곳이야
개 이빨은 안 돼
적어도 사자어금니 정도는 돼야 해
아니면 물려죽거든
 
사람의 이빨로는 질긴 고기 못 먹어, 형
주둥이는 늘 피칠갑을 하는 곳이야
주둥이에 빨간 칠을 하고 오두방정 떠는 곳이야
물리면 죽어
조심해!
 
두 발 달리고 검은머리인데 머릿속은 허옇게 샌 놈들이 있어
네 발 달린 놈도 있고 세 발 달린 놈도 있어
뭐 여우 호랑이 오소리 너구리 구렁이 사슴 개 살모사 등등
꼭 새벽녘 짙은 안개 속 같이 희붐해
아무 것도 안보여, 지랄이여
 
형, 여기가 꽃동산이야
여기 피는 꽃이 뭔지 알아?
지랄발광 꽃이야
 
형, 내일 얘기하자
내일 내가 올지 말지 몰라
발광(發狂) 모드를 꺼놓을게.

참담한 현실 앞에 한시(漢詩) 한 편으로 이번 칼럼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증원수박근혜(贈元首朴槿惠)」
박근혜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
 
懦懶家夷骨(나라가이골)
나약하고 게으른 집안 오랑캐의 뼛골이니
 
聠呻碾至微(병신년지미)
귀 닫고 끙끙거리는 돌절구 같은 지극히 미약한 존재
 
開年移措是(개년이조시)
새 해 들어 국민은 올바르게 지내려 하고
 
改世氣靡希(개세기미희)
세상을 바로잡으려 하나 바른 세상 구할 수 없네.
 
민족의 뿌리인 백성을 음해하려는 모든 부정부패의 원흉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고사(枯死)하여 재만 남는 헐벗은 민중이 될 것이다. 대통령은 탄핵이 아니라 자진해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오늘 나는 지금을 민족의 절망이 종식을 고하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점으로 여기며, 부정부패한 자들이 종식되어지고 압살(壓殺)당하는 날로 보고 있다. 민생(民生)은 죽었다. 권력의 시녀로 군림하는 자들이 활개 치는 한 나라 경제는 부정부패의 고리에 걸려 기우뚱하고 자빠질 것이 자명(自明)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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