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시장을 보며...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꽤 많다. 그 중 하나가 도서 가격에 대해서이다. 책을 좋아하면서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마음 놓고 구입하지 못한 것은 참 아쉽다. 그 아쉬움을 도서관 대출로 만회하고, 서평단 참여로 받는 무상 도서로 메우고, 포인트를 받아 사고 싶은 책을 구입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최근 도서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문제를 실감하게 된다. 과연 저 사람들이 책을 상품으로 여겨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인터넷 서점측), 책을 좋아한다면서 너무 싼 것에만 눈을 돌리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결국 양질의 책을 출간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독자)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점점 사라져 가는 작은 동네 서점들을 이대로 완전히 사라지게 할 것인가(정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제 우리나라 독자들도 책 값에 투자하는, 책 값을 아까워 하지 않는 아량을 베풀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꼼꼼히 세일을 챙기고 한 푼이라도 싼 곳에서 책을 구입했지만 그런 것은 사실 책 읽기와 구입의 본령은 아니다. 사람들은 술, 커피, 화장품 구입과 다른 기준을 책 구입에 적용하는 것 같다. 정가의 최대 19%까지 할인(가격 할인 10%+판매가의 10%에 해당하는 쿠폰·마일리지 제공 등의 간접할인)할 수 있던 것에서 15%를 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바뀐 안(案)이 작은 동네 서점들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참 어지럽게도 도서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90%에 이르는 할인 행사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출판사측에서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있으나 마나(또는 읽으나 마나)한 책들을 이제 그만 출판하기를 바란다. 또한 없다 시리즈, 배신 시리즈, ~ 하니까 ~이다 시리즈 등 너무 유행과 시류에 편승하는 기획도 그만 하기를 바란다. 외국의 유명 책을 번역할 때 책 제목을 꼭 그대로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이상하고 엉뚱한 제목을 다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 경우는 아직도 우리나라 독자들이 제목에 이끌려(어디 제목에 뿐이겠는가.) 책을 고른다는 의미이다.
논쟁이 지나치면 문제이지만 너무 없는 것도 문제이다. 주변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독자들은 적당히 지적 만족을 얻고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에 평론 같은 것을 잘 안 읽는 것 같다. 너무 어려운 것도 독자들의 외면을 초래하는 것 같다. 최근 한 문학평론가는 문학평론가인 자신조차 문학평론집을 읽지 않는다는 말을 해 나를 놀라게 했다. 물론 이 경우는 사례가 다르다. 독자들과 달리 그는 이 평론집이나 저 평론집이나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분은 거의 한국문학만을 평론하는 우리 세태에서 왜 한국문학평론이라 하지 않고 문학평론이라 하는가, 란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신문들은 신간 소개를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하고 독자들은 베스트 셀러에 너무 목을 맨다. 마찬가지로 노벨상에도 그렇게 한다. 서평단 모집에 참여하면 알겠지만 조금 어렵거나 재미없다 싶은 책에는 신청자가 별로 없다. 읽는 분야만 읽는다. 소설에 압도적으로 인기가 몰린다. 그래서 책을 소설 대 비소설로 분류한다. 그런 가운데 한 일간지에서 기획하고 있는 ‘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 책’ 같은 기사는 참 좋다. 두서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의 변화, 출판계의 변화...사실 책이 이나마 만들어지고 읽히고 소비되는 것이 기이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좀더 많은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답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