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조카 준서를 보러 가보고 싶은 '고흥'의 남포 미술관 이야기..


 

물고기(木魚)를 소재로 한 복효근 시인의 시 ‘소리 물고기’에 나오는 사찰을 능가사라 알고 있었다. 내소사가 맞는데... 나는 얼른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권 되지 않는 사찰 소개 책들을 펴본다. 능가사는 미영순 님의 ‘새벽 산사에 가보세요’에도 없고 정성욱 시인의 ‘바닷가 절 한 채’에도 없다. 대신(?) 생각이 이러 저리 부유(浮遊)한다. 가보고 싶은 곳이 참 많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구체적 그리움이나 동경이 아닌 막연한 형태의 충동일 가능성이 높다.




고흥(高興)의 명산 팔영산(608.6 미터)은 八影山이라고 쓴다. 이 산에 그 유명한 능가사((楞伽寺)가 있다. 능가사는 당연히 능가경(楞伽經)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능가는 '랑카에서 설법한 내용을 담은 경전'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인 랑카바타라(Lankavatara)를 음역(音譯)한 것이다. 랑카란 스리랑카의 줄임말일 것이다. 스리랑카는 인도에서 랑카 또는 싱할라(Sinhala)로 알려져 있다. 능가산은 붓다가 능가경을 설한 곳이라고 한다.(이설 있음)




우리나라에서는 내소사가 자리한 곳이 부안 능가산이다. 나의 착오는 여기에서 연유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에 원산(原山)인 조계산이 있고 우리 나라에 순천 조계산이 있듯 스리랑카에 원산(原山)인 능가산이 있고 우리나라에 부안 능가산이 있는 것이다. 인도 후기 대승 사상이 담긴 능가경은 유식 사상과 여래장 사상이 결합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스리랑카는 상좌부 불교(남방불교)의 본산지이다. 그런데 대승 경전인 능가경이 설해졌다는 것은 해명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고흥군 영남면 팔영로에 소재한 남포미술관이 뉴스 거리로 떠오르고 있어 반가운 마음 크다. 특별하게 거론해야 할 것은 남포 미술관이 단지 폐교된 곳을 사들여 만든 미술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미술관의 1대 관장인 남포(南浦) 곽귀동 선생(1914∼1978)의 남다른 사연이 담겨 있다. “척박한 환경에 놓여 배움의 길을 찾지 못하던 고향의 후손들에게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고자 자신의 재산을 쾌척하여 1965년 고등공민학교 형태의 배움터를 마련”한 것이다.




이 학교가 점암중학교이고 후에 영남 중학교로 교명이 바귀었다. 1965년 당시 도로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 개인의 힘으로 중학교를 짓는 것은 이만저만한 난관과 고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포 선생은 여수에서 뱃길을 이용해 건축자재를 실어 왔고 포구에서 기다리던 인부들이 지게 등짐으로 산길을 걸어 자재를 운반했다고 한다. 전남 사설 미술관 1호인 미니 미술관 남포미술관은 2003년 2월 28일 폐교된 영남중학교를 리모델링한 사립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70여 가구가 사는 곳에 위치한 개인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홈 페이지에는 지난 10월 29일 소록도 주민들과 함께 한 클래식 음악 공연이 펼쳐졌다는 소식이 올랐다. 사진으로는 현악 5중주 편성이다.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가 연주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슈베르트 현악 5중주는 현악 4중주에 첼로가 더해진 편성인데 사진상으로는 비올라가 추가된 것으로 보이니 슈베르트의 작품은 아닐 것 같다. 단 지난 9월 24일 열린 '마음을 사로잡는 클래식‘ 시간은 두 대의 첼로가 편성된 연주여서 비교가 된다.




이곳의 전시와 공연은 무료라고 한다. 처음엔 소장품 위주로 작은 전시장을 운영했고 지금은 3개 전시실, 체험학습실을 갖추고 연간 6, 7회 기획전을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을 장르별로 나누면 서양화, 한국화, 서예, 조각, 도예, 판화, 기타 등 다양하다. 사실 수산업으로 번 돈으로 1967년 설립한 학교가 이런 의미 있는 역사를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남포 선생은 처음에 소도 팔고 논도 팔아 교사들에게 월급을 주며 학교를 운영했었다고 한다. 이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팔영산 자락 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다도해 풍경은 최고가 아닐까 싶다.




팔영산 자연휴양림과 남열 해돋이 해수욕장, 고흥 우주 발사 전망대, 다랑이논(비탈진 산골짜기에 여러 층으로 겹겹이 만든 좁고 작은 논)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길로 각광받는 남열 해안도로도 그렇다. 물론 가장 돋보이는 것은 미술관의 시의성 있는 기획이다. 내가 사는 이곳에도 이런 문화 시설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인구도 많고 잘 사는 곳의 미술관보다 한적하고 가난한 곳의 미술관이 뜻이 더 깊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니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