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두 음악 프로그램을 듣고...
김문경의 클래식 만화경(漫畵鏡: KBS 1 FM 출발 FM과 함께 토요일 게스트)을 즐겨 듣는다. 약제학 박사 출신으로 특허청 심사관이 현직인 음악 칼럼니스트이다. 1, 200 페이지가 넘는 ‘구스타프 말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오늘 그가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곡을 타이틀로 해 여러 곡들을 들려주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1악장), 베토벤 비창 소나타(2, 3 악장),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1악장), 바흐 토카타와 푸가 d minor, 슈베르트 음악에(an die musik) 등. 돌이켜 보면 나는 클래식 입문기에 어떤 곡들을 즐겨 들었을까? 지금도 즐겨 듣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moonlight)나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등은 확실히 기억난다.
김문경 칼럼니스트의 말 가운데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아는 만큼 들리는 것이 아니라 들린 만큼 아는 것이라는 말이다. 동의한다. 그런데 이 말은 말러 음악을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는가, 란 물음에 자주 거듭 들으라는 답을 한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의 조언과 비교할 말이다. 최은규 칼럼니스트의 말은 잘 들리지 않지만 거듭 들으면 익숙해진다는 의미의 말이기 때문이다. 최은규 칼럼니스트는 말러의 곡들을 전문적으로 감상하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나의 경우 말러 1번 교향곡에 친근감이 들고 5번에 익숙한 정도다. 그러던 중 김정환 시인의 말러론을 듣고 그에 대한 관심을 접은 상태이다. 정신분열증적 음악이라는 진단 때문이다. 말러의 곡들이 정신분열증적이란 진단은 어디서 나왔을까? 말러가 프로이트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한 기록이 있다.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아오며 느낀 절망감, 첫딸의 허망한 죽음, 젊고 아름다운 아내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 등이 그의 생각과 정신을 사로잡은 채 놓아주질 않고 있었다.”(‘프로이트, 구스타프 말러를 만나다‘ 참고)
오늘 나온 또 다른 의미 있는 말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 minor에서 약간의 광기가 느껴진다는 말이다. 사실 바흐 오르간 곡들에서 고딕풍의 낯선 정경이 느껴지는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음산하고 기괴한 고딕 스타일의 챔버록을 하는 위니베르 제로Univers Zero나 쁘레장Present 등을 다시 듣고 싶다. 김문경 칼럼니스트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 minor가 재즈적이라는 말을 했다. 오늘 CBS 표준 FM의 ’뉴스로 여는 아침‘에 게스트로 나온 조 박사(정신과 의사)란 분이 이런 말을 했다.
“rock 음악을 악마적인 것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보수적인 기독교 교단이었고 현재 일부에서도 그러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요즈음 교회에 널리 퍼져있는 복음성가는 흑인 음악인 재즈, 블루스 등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재즈와 블루스는 rock 음악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악마의 음악이라는 말은 모순이지요. 저에게 가장 감동을 주는 가스펠 가수는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그가 부르는 찬송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눈물 납니다. HS Sullivan의 말대로 그 모두 다른 것이 아니라 인간의(human) 것입니다.”
Harry Stack Sullivan(1892 - 1949)은 Neo - Freudian psychiatrist and psychoanalyst이다. 음악 듣기 좋은, 아니 생각하며 음악 듣기 좋은 계절이다. 단 한 마디 하고 싶다. 나는 고딕 록, death/ thrash metal, 프로그레시브 록, 프리 재즈 록 등 모든 종류의 록을 들었다. 그러니 록 음악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더욱 록을 사탄의 음악이라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 박사의 말대로 가스펠 송이 rock의 뿌리이기도 한 재즈와 블루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서 rock과 가스펠의 의도나 지향점이 같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건은 노랫말, 그리고 이질적인 것들을 질서화하려는가 아닌가에 있다. 이런 이슈들을 생각하며 음악을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