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손을 꼭 잡았나

잘가요 쓰린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매달리고 싶은 이별의 시간도 짧은 입맞춤으로 끝나면

잘가요 쓰린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주 가는 사람이 약속은 왜 해 눈 멀도록 바다만 지키게 하고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도 마세요.

못 견디게 네가 좋다고 달콤하던 말 그대로 믿었나...

 

유행가 가사가 어느 날 마음을 후려치는 순간이 있다. 사랑이 몽글몽글하게 피어나는 어느 날

카페에 흘러나오는 사랑노래는 모두 나를 위한 찬미의 노래같기만 하고

사랑이 깨진 어느 날 거리에 울려퍼지는 쓰디 쓴 노랫말은 모두 내 슬픔을 눈치채고 마구 달려드는 것 같은 그런 날.

요즘 내 입에서 떠나지 않는 노래가 바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이다.

묘한 콧소리가 매력적인 가수이기도 하고 그녀의 노랫말은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본 사람들에게는 모두 내 지나온 세월을

기가막히게 파헤치는 자서전같기도 하다.

 

지난 5월부터 친한 지인들이 섬을 방문했다 나가기를 서너 차례.

오기 한 달여전부터 준비랄 것도 없는 준비를 하느라 마음이 부산하고 오는 날은 뱃머리로 마중을 나가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머무는 날들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정신없이 보내다가 막상 다들 배를 타고 떠나고 나면 텅빈 마음때문에

한동안 힘들곤 한다. 말 그대로 '시원섭섭'한 손님치르기가 반복되다 보니 '손님 떠남 증후군'이 생기고 말았다.

섬에 들어온지 어느새 5년이 되었고 서울에 자주 가지도 못했으니 아무래도 섬을 찾아오는 지인들은 아주 오랜만에

만남이 되곤 한다. 입맛은 좋아지고 운동은 끊었으니 살이 너무 쪄서 모두들 왜 그렇게 살이쪘냐는 인사가 보통이다.

물자가 부족하고 비싼 섬이다 보니 오는 편에 바리바리 많이들 싸갖고 오라고 부탁을 하는데 유배생활(?)을 하는 내가

불쌍하게 여긴 지인들은 부탁하지도 않은 물품들까지 챙겨오느라 뱃머리부터 집까지 여러번 차가 오르내려야 한다.

한동안 조용하다못해 지루했던 일상들이 왁자하게 변하고 시간은 왜 갑자기 그리 빨라지는지 양쪽에 있는 등대와 집

뒷편의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어느새 이삼일이 훌쩍 지난다.

 


처음 섬을 와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도 아름다운 곳에서 사니 얼마나 좋으냐고 자기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하긴 나도 두 세번 섬을 오갈때는 같은 심정이었으니.

푸른 바다와 하늘빛의 청명함과 달디단 공기가 그저 그런 풍경이 되어버리고 어쩌다 찾아오는 손님이 눈물겹게 반가운 시간이

되리라는 것은 한 두번의 방문으로는 절대 알수가 없는 일이다.

 

지인들과 같이 온 일행들도 너무 좋았다고 블로그에 내가 올리고 있는 글도 자주 방문하고 연락하겠다고 마치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애잔한 마음을 섬에 툭툭 흘려놓고는 훌쩍 떠나버린다.

 

가끔씩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손을 꼭 잡았나

잘가요 쓰린 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남자는 배 여자는 섬

보내주는 사람도 말이 많지만 떠나가는 손님도 말이 많아지네..

 

매달리고 싶은 이별의 시간도 짧은 손인사로 끝나면

잘가요 시원섭섭한 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남자는 배 여자는 섬

아주 가는 사람이 약속은 왜 해 눈 멀도록 블로그만 지키게하고

전화하겠다는 말은 하지도 마세요.

잊지 않겠다는 말 그대로 믿었나....

 

아...이제 나는 손님이 온다는 연락이 오면 마음에 방탄막 서너겹은 껴입고 절대 틈 같은건 보이지 않을테다.

특히 절친이 아닌 지인들의 이야기에 절대 흔들리지 않을테다.

도시의 생활이 바쁘니까...정신 없겠지..하는 억지 위안같은건 절대로 다시는 안하고 말테다...

라고 한 달 동안 뭔가 기다리고 힘드는 일은..안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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