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깨 팔아요!

제주도에는 여자가 많다는데 제주에서 멀지않은 거문도에는 여자가 귀하다.

어떤 여자든 60자가 붙지 않은 나이면 쌍수들어 환영이다. 물론 싱글인 경우에만.

거문도에는 중학교까지만 있어 중학교를 졸업하면 여수나 순천, 광주같은 곳으로 유학을 떠나야한다.

그러다보니 고등학생이상이 없고 물론 대학생도 없다. 아마 이 곳 섬뿐이 아니라 도시가 아닌 촌이면 모두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리고 40대, 50대보다 70세 이후의 세대들이 훨씬 많다.

말하자면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들은 섬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섬에서 먹고사는 일은 고기잡는 일과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일밖에 없으니 당연히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

일단 고등학교부터 도시에 머물기 시작한 아이들은 다시 섬에 들어오는 경우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많지 않은 30대 40대 중에는 도시에서 결혼을 하고 다시 섬에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예 싱글상태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섬에 들어와 이혼이나 별거로 싱글인 남자가 많다.

이혼이야 도시나 촌 상관없이 증가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유독 싱글이 많은 이유는 답답한 섬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거나 뭍으로 유학간 아이들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뭍에서 생활하는 아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여자가 부족하다.

다 늙어가는 내가 섬에 들어오니 흘끔거리는 사내들이 몇 있을 정도였으니까.

 

가뜩이나 놀거리도 없는 섬에서 혼자 생활하는 홀아비들은 얼마나 외롭겠는가.

가끔 거문리 노래방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내가 보기에는 거의 아줌마)와 누구 누구가 연애를 한다더라 하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섬으로 살러 들어오는 여자가 없다보니 여느 촌처럼 외국인 며느리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서도에 중국교포가 들어와 아이 셋을 낳고 아주 재미있게 잘 살고 있고-혹시 날개옷을 입고 날아갈까봐 아이 세 명을 낳은 건

아니겠지-작년에는 마을 노총각이 베트남 여인과 결혼을 해서 잠시 살다가 여수로 나갔다.

하필이면 추운 겨울무렵에 시집을 오는 바람에 그 겨울을 날 동안 거의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단다.

 

며칠 전에는 그동안 아이 둘을 데리고 살던 홀아비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거문도에 지인을 만나러 들어왔던 여인이라는데 그 잠깐 사이에 어찌 눈이 맞았는지 여인이 살고 있는 도시로 연방 오르내리더니

며칠 전 여인이 홀아비집에 다니러 왔다고 한다. 어찌 아냐고 물으니 물건을 찾으러 뱃머리를 갔더니 홀아비가 여인을 맞기 위해

나와 있더란다. 동네사람들은 짖궂게 야 누구는 좋것네 깨소금 얻으로 가야것다..하고 놀리고 홀아비는 겸연쩍게 웃음을 날리며

'애들이 있는데 무슨'하면서 가더란다.

 

또 한명의 로맨스는 낚시배를 하고 있는 청년이 동네 선배의 소개로 여자를 만나 열애중이라는 것인데 결혼준비를 위해

낡은 집을 고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며칠 전 우연히 동네에서 만나 아는 척을 했더니 '잘 모르겄어요'라고 웃으며 말을 안한다.

소개해준 여자 역시 며칠 전에 거문리에 들어와있다는데 갑자기 섬의 온도가 몇 도쯤 올라간 것처럼 후끈거리는 것같다.

답답한 섬으로 시집을 올까 싶어 소개해준 선배에게 물으니 오히려 여자가 더 적극적이란다.

 

재정이 빈약한 여수시에서는 인구늘이기 운동도 펼치고 있는데 섬에 인구가 늘어난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더구나 냄새나는 홀아비들 구제해줄 여인들이라니..말해 무엇하랴.

어서 어서 들어와서 알콩달콩 아이도 낳고 재미나게 살면 좋겠는데..제발 눈에 씌인 콩깍지가 영원히 떨어져 나가지 말아야 할텐데.

이 날이 그 날 같고 그 날이 이 날같은 심심한 섬에서 요즘 깨볶는 냄새가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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