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단상
1. 하늘이 너무 파랗다 그 깨끗하기가 이루 말하기가 어렵다. 형언할 수 없는 하늘의 빛깔 자연이 주는 혜택이 아닌가 여긴다 그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감사했다 출근하는 길이 그리 축북으로 가득했다 어디에서는 눈이 온다고 하는데 어디에서는 돌풍이 분다고 하는데 어디에서는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너무나 맑은 하늘 그 속에 푹 빠져 있고 싶은 시간이다. 2. 교정에 단풍이 네 그루 학교에 오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아직도 그 자태를 흐트리지 않고 그 우아함을 뽐내고 있다 교문 앞 양지바른 곳에 있는 동백이 하얗고 붉은 꽃을 피웠다 겨울에 피어나는 꽃, 그 피어난 꽃들사이로 망울져 있는 꽃송이들이 가득하다 그들도 곧 세상에 그들의 모습을 드러내겠지? 찬란함의 이름으로. 단풍과 동백꽃이 이 아침 너무나 신비롭게 마음에 다가든다. 3. 활엽수들이 이젠 하늘을 향해 마른 손을 높이 쳐들고 기원을 드릴 때다 소중한 것들을 때어보내고 새로운 것들을 위한 소망을 가지고 있을 때다 가로수들이 까치밥처럼 나뭇잎을 달고 있는 것을 보면서 길을 달렸다 길이 끝이 나지 않고 끝을 알 수 없게 이어져 있는 것이 좋다 가다가 가다가 힘들면 조금씩 내려 쉬고 또 넉넉하게 자신이 목표한 곳을 향해 가고 그러다 보면 석양도 있으리라 아직은 대로가 전개되고 있는 안 전 겸허를 배우며 나뭇가지 끝에 앉은, 이제 곧 자신의 집을 찾아 떠날 넉넉한 잎을 보면서 가슴을 모아 본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