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대해
<바울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와 <예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에 대해 보덕님과 두메산골님이 주고 받으신 카톨릭식의 이름과 기독교식의 이름에 대한 대화를 보며 지난 4년 전 제가 '측정할 수 없는 만족도'라는 제목으로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 소개합니다... (제가 두 분의 대화에 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고 다만 카톨릭이든 개신교이든 왜 그런 발음 차이가 생기는가가 궁금한 것입니다. 가능하면 원어 그대로 쓰면 안되었을까,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듭니다... 가령 제커라이어를 즈가리야로 발음하든 스가랴로 발음하든 기억하기나 발음하기가 그렇게 획기적으로 쉬워지지는 않는 것 같은데 왜 원어를 자기 식으로 발음하는 일이 생겼을까 궁금합니다. )
'측정할 수 없는 만족도'
구약성경을 읽다 보면 '제커라이어(Zechariah)'를 카톨릭에서는 '즈가리야'로, 개신교에서는 '스가랴'로, ‘제퍼나이어(Zephaniah)'를 카톨릭에서는 ’즈바냐‘로, 개신교에서는 ’스바냐‘로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표기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영어 표기를 그대로 쓰면 낯설고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에제키엘(Ezekiel)'을 카톨릭에서는 그대로 ‘에제키엘’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웹은 말할 것도 없고 오프 라인에서도 자신에 대해 설명할 때 마치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 일을 맡고 있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풀어 쓰면 ‘~ 일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인 그 표기의 숨은(?) 동기는 분명하다. ‘~ 일을 맡고 있습니다’란 표현보다 ‘~ 일을 맡고 있답니다’란 표현이 훨씬 예쁘기 때문이다 .‘있답니다’와 ‘있습니다’란 표현이 만들어내는 예쁨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제커라이어’를 ‘즈가랴’로 또는 ‘스가랴’로 쓸 때 생기는 편리함의 차이에 대해서나 ‘~ 일을 맡고 있습니다’라는 표현 대신 ‘~ 일을 맡고 있답니다’로 쓸 때 생기는 예쁨의 차이에 대해서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부드럽고 예쁜 표현을 위해 자신의 일도 마치 남의 일인 양 전하는 사람이 갖는 주관적인 만족도일 것이다. 그 만족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