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내가 사는 곳의 도서관(郡 도서관)은 대출자가 무인 도서 반납함에 책을 넣으면 월요일과 목요일 한 차례씩 수거해 갑니다. 지난 일요일 다섯권 전부를 반납함에 넣은 나는 월요일이 지났기에 당연히 반납 처리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담당 직원은 사정상 주초 반납물을 월요일에 수거하지 못해서 오늘 오후에 수거할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 30분이나 넘게 책들을 골랐는데 직원은 반납 처리가 되지 않아 대출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대출하려던 책 가운데 한 권은 알랭 바디우의 <사도 바울>이었습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조르주 아감벤의 <남겨진 시간>과 함께 알랭 바디우의 <사도 바울>은 신학자가 아닌 철학자가 사도 바울에 대해 쓴 책입니다. 알라딘의 로쟈님은 <사도 바울>이나 <남겨진 시간>에 대한 자신의 관심은 지젝 읽기로부터 촉발된 것이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나 <남겨진 시간>에 대한 내 관심은 그런 것은 아니고 철학적 관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빌리려던 책 가운데 두 권은 포기하고 <사도 바울> 한 권만 빌릴 수 없느냐고 사정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예약도 안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 도서관에 반납하고 와야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낭패감이 들었습니다.
내 잘못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전화 번호를 적어 주고 수거 즉시 연락 해줄 것을 부탁하고 돌아왔지만 그 사이 다른 누군가가 빌려갈 수도 있어 언제 그 책을 빌려 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책을 직접 사 읽을까도 생각했지만 올해 산 철학 책 몇 권을 반 정도만 읽고 어려워서 더 이상 읽지 못하고 있어서 <사도 바울>이나 <남겨진 시간>은 빌려서 내가 이해할 수 있으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사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래 저래 우울한 마음이 드는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