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집나간 갈치를 찾습니다

예전에 거문도는 갈치가 풍년이었다고 한다. 


해마다 8월이면 열리는 거문도 축제도 갈치의 비늘을 상징하는 '은빛바다축제'이다.


하지만 내가 거문도에 자리잡고 만 3년이 다된 지금 갈치 구경이 힘들다.


국가적인 차원으로 많은 배들이 감축되어 갈치배들도 많이 없어지고 거문도를 통틀어도


갈치배는 10척이 채 되지 못한다.


 



 


갈치는 이제부터 잡히기 시작하여 초겨울까지 조업을 한다.


야간에 빛을 보고 달려드는 특성이 있어 갈치배는 이렇게 등을 달고 야간에 작업을 한다고 한다.


짙은 어둠이 내린 바다에 환한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갈치의 특성상 보름달이 뜨는 환한 밤에는 빛이 흩어지기 때문에


집어등도 효과가 없어 보름무렵이면 조업을 하지 못한다.


오늘도 혹시나 갈치배가 들어오나 싶어 수협어판장을 나가보았더니 달랑 9kg 한상자만 놓여 있다.


한번 출항에 이틀내지 삼일 조업을 하게 되는데 겨우 이정도의 수확이라면 기름값은 커녕 같이 작업을 했던


어부들의 일당도 챙겨주지 못할게 뻔하다.


도대체 그 많던 갈치는 어디로 갔을까?


수온이 달라져서 일까 아니면 어족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이제 거문리를 넘어가다 보면 막 들어온 갈치 몇마리를 건네 주시는 분도 계신다.


 


 


 


서울에서야 이 정도 크기도 몇 천원씩 주고 사먹어야 하겠지만 거문도에서는 반을 갈라


말리는 용도로나 쓰이는 상품성이 크지 않은 크기이다.


그래도 막 잡은 놈이라 어찌나 싱싱한지 흔하게 먹을 수 없는 갈치회를 뜨기로 했다.


 


 


 


겉에 있는 은비늘을 수세미를 깨끗이 긁어낸 후 가운데 뼈를 남기고 아래 위 포를 뜬다.


 


  


 


이 때 꼭 주의해야 할 것이 하얀 실끈 같은 줄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익혀서 먹을 때는 상관이 없는데 회로 먹을때는 꼭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하얀 줄같은 힘줄이 배탈을 일으킨다고 한다.


 


 


 


뼈를 발라내 포를 떠서 회를 뜨기도 하고 세꼬시로 회를 떠도 좋다.


세꼬시는 씹히는 식감도 좋지만 뼈가 씹히면서 고소한 맛이 입에 맵돈다.


 


 


 


갈치는 부드럽고 달큰한 맛때문에 서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싱싱한 놈들은 희한하게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특히 거문도갈치는 제주갈치보다 맛이


더 좋다고 하는데 갈치가 거문도 근해까지 올라올 무렵이면 알이 들어 그렇다고 한다.


요즘은 제주에서도 어획량이 감소되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값이 무척 올랐다고 한다.


몇년 째 계속된 불황은 거문도에도 예외없이 영향을 미처 섬 사람들의 시름이 깊은데


바다는 어찌해서 이 와중에 기근이 들었는지 설상가상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럴 때 고기라도 많이 잡히면 어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텐데..


내일 수협어판장에서 벌어지는 풍어제에 대한 기대로 어지러운 마음을 접어본다.


간절한 기도는 하늘도 감동하는 법.


태평양 어딘가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고기들이 거문도 앞바다로 돌아오기를,


아침이면 만선 깃대를 꽂은 배들도 어판장 앞이 시끌벅적해지기를 기원한다.


'집나간 갈치야 거문도 앞바다에 놀이터 만들어놨다. 어서 돌아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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