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삼산면 체육대회
엊그제 지난 것 같은데 어느새 1년여가 흘러 삼산면 체육대회가 다시 열렸다.
해마다 이맘때 삼산면에 소재한 섬주민들이 모여 벌이는 가장 큰 축제인 체육대회는
삼산면에 소재한 섬들이 돌아가면서 개최를 한다.
작년에는 거문도 동도에서 열렸고 올해는 초도 진막리에서 열렸다.
아마 내년에는 거문도의 거문리에서 열릴 것 같다.
초도는 조도(鳥島)라고도 불리며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77km, 이 곳 거문도에서는 북쪽으로18km
떨어진 곳으로 뱃길로 3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거문도와 마찬가지로 물이 풍부하고 농경지가 많아 보리, 콩, 고구마등을 많이 재배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체육대회가 열리는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 양편에는 보리며 고추등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거문도에서는 리 단위로 배가 출발한다.
덕촌리의 배는 선수단과 청년, 부녀회원들이 아침 7시에 한 척이 출발했고 8시에 주민들을
모아 두 번째 배가 출발했다.
덕촌에서는 가장 큰배가 아닌가 싶은데 평소에는 갈치잡이 배였는데 오늘은 여객선 노릇을 할 배이다.
여객선으로는 30분정도가 걸리는 거리인데 이 배로 40분이 넘게 걸려 초도에 도착했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더니 하늘은 잔뜩 구름이 끼어 있어 행사가 잘 치뤄질지 걱정스러웠다.
거문도를 벗어나자 멀리 거북이 모양을 닮은 섬이 나타난다. 곁에 있는 섬을 물어보니 소거문도라고
하는데 저곳에도 사람들이 산다고 한다.
전형적인 시골 초등학교의 모습을 가진 행사장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만국기가 반긴다.
기수단을 필두로 각 선수단이 입장을 한다.
이분의 익살맞은 입장식에 주민들이 한바탕 웃음보를 떠뜨렸다.
체육대회때마다 적수가 되는 거문리와 덕촌리의 선수단도 나란히 서있다.
오늘 겨룰 종목은 배구, 씨름, 마라톤, 윷놀이, 투호 그리고 번외경기인 줄다리기가 열린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초도 진막리 부녀회에서 준비한 주막이 열렸다.
초도는 예전부터 막걸리가 유명하다고 하여 낮술도 아닌 아침술을 시작하고야 말았다.
막걸리는 흔히 우리가 먹는 막걸리보다 훨씬 걸쭉하고 술맛이 진한 편이다.
초도의 홍합도 거문도 홍합처럼 이렇게 크다. 서 너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할 정도이다.
투호종목은 여성만 참여한다. 거리가 가까워 쉬운 듯 하지만 직접 해보니 쉽지가 않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난 이 배구종목이 가장 흥미로운 것 같다.
운동신경이 젬병이긴 하지만 배구는 평소에도 즐겨볼만큼 눈참봉인지라 스피디하고
파워풀한 배구경기를 보노라면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다.
이 종목은 손죽도가 잘한다고 하는데 체육대회를 위해 멀리 나가있던 주민들도 들어와
참여할 만큼 견제가 심한 종목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시골 체육대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씨름이 아닌가 싶다.
비록 황소가 걸린 시합은 아니지만 체급과 상관없이 기술로 승부로 가르는 종목이라
구경꾼들도 유난히 많은 것 같다.
경기 사이 사이에 이렇게 행운권 추첨도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는 꽝이다.
이 곳의 윷놀이는 서울에서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조그만 그릇안에 아주 적은 나무조각 네개를 넣어
상대편쪽 멍석판에 던진다.
윷놀이야 운수소관이라 알고 있었지만 이 것도 기술이 필요하단다. 각각 말 네 개가 먼저 말판을 다돌아 나오는 팀이
승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내가 살고 있는 덕촌은 배구며 마라톤에서는 1,2등을 다투는데 유독 윷놀이와 투호 점수가 형편없다.
올해뿐만이 아니라 이 종목은 덕촌리에서 내내 지지부진한 종목이란다. 합숙훈련이라도 하면 좀 나아지려나.
이렇게 종합점수현황에 종목별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점수가 올라간다.
점심 식사는 각 팀별로 부녀회에서 준비를 해온다.
하필이면 올 체육대회는 5월 9일에 열리는 바람에 부녀회 어르신(70세까지만 부녀회원)들이
어제 어버이날 쉬지도 못하고 음식하느라 힘들었다고 한소리 하신다.
"야 하필이면 왜 어버이날 음식을 맹글게 하냐. 내년에는 힘들어서 못하겄다. 청년회에서 하든지
알아서 해라잉"
물론 내 생각에는 내년에도 분명 해주실거라고 믿지만 이제 연세도 있고 힘이 드신 모양이다.
내가 거들어 드리면 좋겠는데 음식솜씨가 젬병이고 걸거치기만 하니 안도와주는게 도와주는 거다.
점심식사후에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말하자면 마라톤이 올림픽의 꽃이듯이 이 곳에서도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마라톤이다.
이 기가막히게 멋진 청년은 거문도 동도팀으로 나온 캄보디아 산업 연수생이다.
거문도에는 이렇게 외국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온 청년들이 10여명 있다.
그중에서도 이 청년의 외모는 압권이다. 푸하하..개그콘서트에 나가면 딱일 포스인데.
번외경기인 줄다리기는 각 부락별로 대항전을 열어 승리팀 전원에게 선물을 증정했다.
왼편의 남자들이 많은편이 건너편 여자들이 많은 편에게 졌다.
아줌마의 힘을 얕보지 마시길.
시간이 있었더라면 찬찬히 둘러볼곳이 많은 섬인데 아쉽게 다음기회를 봐야할 것같다.
마라톤 주자가 골인하는 것으로 체육대회는 막을 내렸다.
1등은 작년에도 우승을 했던 서도에게 돌아갔고 거문리는 2등을 했단다.
덕촌리는 올해 배구에서 조금 부진하긴 했지만 마라톤에서 1등, 만년 꼴찌였던 윷놀이에서
점수를 조금 얻는 바람에 종합 3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9개 부락에서 3등이면 괜찮은 성적이다.
왁자했던 하루가 저물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걱정이긴 했지만 다행히 경기가 모두 끝날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배를 타고 거문도로 되돌아오는 길에 비가 한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늘도 오늘 하루 재미있게 놀라고 봐주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