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막둥이의 일기(1)

이녀석의 이름은 막둥이로 하기로 했다.


 


 


 



 


'사람 참 오래살고 볼일이다'를 되뇌이게 만드는 녀석이다(분명 암놈이다)


지난번 이 녀석이 우리집에 들어와서 이제부터 키워보겠다는 글을 보고 친구들은 못믿겠다는


반응들이다. 하기는 개라면 질색을 했던 나이니까 당연한 반응들이다.


특별히 더 외롭다거나 그래서는 아니고 나이탓인지 아니면 지난번 잠깐 머물다 떠난 '이루'라는


진돗개때문인지 진돗개 새끼하나 분양받아 키워보고 싶다..했었다.


 


 


 



 


아직 새끼인지라 덩치가 작은 치와와 두배정도 되는데 목욕을 시켜 방에 들여다 놓으니 완전


애교덩어리다.


눈매가 순하고 꼬리를 살랑거리는 모습이 정말로 예쁘다.


다만 하도 내 뒤를 쫄랑거리며 쫓아다녀서 가끔 발에 밟힐까봐 발걸을 떼어놓는게 힘들다는 것뿐.


이런 사연을 내가 자주 가는 출판사카페에 올려두었더니 마침 보내주시는 책편에 녀석의 양식을


보내주셨다.


 


 


 


 


 


책이야 당연히 반가운 일이고 생각지도 못한 막둥이 녀석의 양식을 보니 환성이 절로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주문해둔 사료가 도착하지 않아 밥을 국에 말아 먹이고 있었는데 먹성이 어찌나 좋은지


이렇게 먹다가는 거덜나겠다 싶어 내심 걱정중이었다.


이제 생후 20일이 넘어가는 막둥이는 인간의 나이로는 8개월~1년정도의 나이라고 란다.


이빨도 나와서 제법 뭔가를 씹어대는 소리가 날카롭다.


개의 수명이 대략 15년정도라고 보면 녀석들의 1년은 인간의 5년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지금 한창 자랄때라서 먹성이 엄청난 것은 당연한 것이란다.


하루 세끼에다 자기전 한번 더 주는데도 새벽이면 내가 자고 있는 아랫방 문을 긁어대며 징징거린다.


배가고파서라는데 어디서 막둥이라고 데려왔더니 '뚱뚱이'이를 데려왔나 걱정스러웠다.


아마 한달 후면 방안에 들여놓지 못할 만큼 클거라는데 그 뒤로는 많이 안먹는단다.


다행이지...백수인 내 신세에 녀석마저 가산을 탕진하는 공신이 되면 큰일이다.


이런 마당에 이런 고마운 양식이 도착했으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세상에 이 사료를 보니 거의 수랏상에 올린 왕의 밥 수준이다.


청정 양고기에 현미, 허브에 블루베리까지..내가 먹고 있는 것은 무수리의 밥상 수준이구나.


아직 사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정도면 상당히 비싼 양식인 듯하다.


방안에서 키우는 애완견용인듯 한데 우리 막둥이는 이제 한 달이 안됐으니 크기도 영양도


딱이다.


자식들 입에 밥들어가면 안먹어도 배부르다더니...내가 그짝이다.


 


 


 


 


 


막둥이 녀석을 줄여 '뚱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손편지까지 써서 보내주셨다.


양식의 무게보다 마음의 무게가 어찌나 든든한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마음은 훈훈하기만 하다.


이 고마움을 어찌 전하랴..


어제 다시 채취해온 미역이라도 말려서 보내드려야 하나..생각중이다.


덕분에 우리 뚱이는 자그마한 사료를 사각사각 맛있게 씹어먹으며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다본다.


'엄마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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