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여객선 유감
처음 거문도에 들어올 때는 고흥에 있는 녹동항을 통해서였다.
그러니까 2년 반전에는 녹동항에서도 여객선이 오갔었다.
지금은 자동차를 싣고 들어오는 철부선 평화훼리호만 들어오고 있으니 거문도에
접근할 수 있는 길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현재 거문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여수에서만 있고 그 여객선이 나로도를 거쳐 손죽도, 초도를 거쳐 거문도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 두 여객선의 회사가 달라 생기는 부작용이 제법 많다.
봄기운이 슬며시 올라오다 며칠전 갑작스런 추위로 주춤하던 수요일부터 주의보가 내려 배가 끊겨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까지도 여객선은 종무소식이다.
성수기인 3월에 들어섰지만 아직 관광객의 숫자는 많지 않다.
성수기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오후로 번갈아 운행하지만 비수기인 11월 말부터 2월말,
올해는 3월 중순인 지금까지 하루 한차례만 운행되고 있다.
물론 섬을 오가는 사람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니 선사입장에서는 빈 배를 자주 운행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익창출이 우선이라지만 하루 한 편의 배편조차 겨울에 자주 내리는 주의보가 겹치면
3~4일 뱃편이 끊기는 것은 예사이다.
거기에다 비수기에 들어서면 선사들은 번갈아가며 배 수리에 들어간다.
안전이 우선이니 이 조치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어제 뉴스를 보니 이번 여객선 결항이 길어진 것은 주의보에 이어 번갈아가며 수리에 들어가야 하는 배들
두편이 한꺼번에 수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배수리기간도 오래 걸렸지만 검사기간이 길어져서 한편은 요지부동이었던데다
마침 다른 한편도 배의 이상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동시에 두편이 발이 묶인다는 얘기가 된다.
항만청 관계자는 신속한 검사를 독촉하여 배 운항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미리 이루어졌다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여수로 볼일을 보러 나갈라 치면 1박은 기본일만큼 섬사람들의 동선을 고려치 않은 운항편때문에
비용이며 시간적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는 섬사람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침배가 나가 몇 시간 급한 일을 보고 들어 올 수있게 뱃시간을 조정하면 될터인데 듣기로는 선사측의
이익 보존을 위해 불가능한 일이란다.
더구나 두 여객선이 도착하는 여객선터미널이 서로 반대편에 있어 섬에 사는 사람들도
어느 쪽 배가 들어오는지 확인을 하지 않고 나서면 우왕좌왕에 때때로 관광객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반대편에 있다가 급하게 뱃머리에 뛰어 오는 모습을 본적도 많다.
가뜩이나 좁은 섬에 두개의 터미널이라니...다행히 지금은 두 터미널을 합쳐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지만 이 문제 역시 두 여객선 회사의 팽팽한 신경대립이 있었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이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주 오래전 신문에서도 이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기사가 떠있다.
그 사이 개선된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얼마전 여수시장이 들어와 연초 업무보고를 겸한 주민과의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섬에 살아온 주민들과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문제도
거론이 되었을 것이다.
듣기로 전남에서도 각종 복지금에 가장 적은 곳이 여수이고 얼마전 여수시청 공무원이
억대의 돈을 유용하는 일이 일어났는데도 시장은 자신이 도에서 지원금을 가장 많이
배당받았다고 자랑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정치하는 인간들 시끄러워서 섬에 들어와도 사는 동안 정치는 숨쉬기 운동처럼 필요불가분의
관계인지 여전히 꼴보기싫은 일들과 마주치게 된다.
어느 나라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몇 안되는 주민들을 위해 교통편을 운행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던 것같다. 물론 우리나라가 기름걱정 안하고 살만큼 부자 나라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손해나는 장사를 하고 있지는 않을텐데 여객선회사들의 횡포와 주민들의 편의를
고려치 않는, 아니 안중에도 없는 행정아치들의 무신경과 무관심이 괘씸하기만 하다.
이런 일들로 해서 섬은 공간적인 거리보다 더 먼곳이 되고 만다.
어제도 잠깐 거문도의 로데오거리인 거문리를 나가보니 고기 흉년에 특산품인 쑥마저 작년보다
값을 적게 쳐줘서 이래저래 섬에 흉년이 들었다는 한숨뿐이다.
경제라는게 돌고 도는 법이니 고기 잡는 어부도 예약을 기다리는 횟집과 민박집들도 이렇게
뱃길마저 끊겨버리면 다같이 한숨쉬는 일밖에 없는 곳이 섬이다.
아침 저녁 생선들로 차려질 것 같은 섬의 식탁에도 연이은 주의보에 고기 흉년이 겹쳐 생선냄새를
언제 맡았는지 기억도 가물하다.
그 시름을 지켜보는 초짜 섬사람인 나도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