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자동차 검사

사실 거문도는  보통걸음이라면 하루정도에 다 둘러볼 수 있는 섬이다. 관광철인 봄,가을에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이런 


조그만 섬에 무슨 차가 필요할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뜨거운 햇살이 작렬하고 비가 잦은 여름이나 칼날보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을 겪어보면 왜 차가 필요한지를 금방 알게된다. 


섬사람들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지만 인구대비 차들이 제법 많다.


가끔 뱃머리근처에는 차 댈곳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섬의 차들은 말그대로 교통수단일 뿐 부의 상징하고는 거리가 멀다.


바닷가의 특성상 염분때문에 쉽게 부식이 되는 지라 아예 들어올 때부터 중고차가 대부분이고 설사 새차가 들어와도 금방


중고차가 되어버린다. 어디 차뿐이랴. 가전제품도 수명이 짧고 보일러도 고장이 잦고 교체주기가 빠르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소금이 기계들에게는 독약인 셈이다.


 


나역시 처음 섬에 들어와서는 네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지만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찬바람에는 도저히 몰고 다닐수가 없어


기어이 주행기록 2천킬로가 넘은 똥차를 구입하여 철부선으로 싣고 왔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타다가 폐차를 할 요량으로 시동만 걸리고 움직이기만 하면 되려니 했는데 그 사이 두어번 늙은 몸임을 


증명하더니 남녘까지 들이닥친 한파 때문인지 오래간만에 시동을 걸면 감감 무소식이다.


겨우 이웃의 도움으로 밧데리를 충전하여 살려놓아도 며칠 찾지않으면 삐친 첩년처럼 찬바람이 쌩하더니 결국 숨을 놓고만다.


이런 와중에 자동차검사일이 도래했다고 안내서가 날아왔다.


 


아 저 고철 덩어리를 다시 철부선에 싣고 녹동에 나가 광주로 가야하나, 아님 여수나 순천으로 가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차를 싣는 철부선은 녹동만 오가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조건 하루이상 육지에서 머물러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수시로 주의보가 내리는 계절이면 며칠씩 뱃머리에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맘 졸이는 일도 허다하다.


움직이는 날보다 서있는 날이 더 많았던 내차는 별로 다녀 보지도 못하고 염분에 더 망가진 몸뚱아리를 점검받게 된 셈이다.


이렇게 날아온 통지서 때문에 폐차전까지 검사때마다 나가야하니 섬살이의 고달픔이 또하나 늘었구나싶어 한숨이 나왔다.


마침 놀러온 이웃 언니에게 하소연하니 섬은 여수검사소에서 출장 검사를 나와준단다.


'부라보!' 반나절동안 괜한 고민을 한셈이다.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많은 차들이 철부선을 타고 육지에 나가 검사받는일이 쉬운일은 아닐터.


다행이다 싶어 통지서에 표기된 검사소에 전화를 해보니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여수시청으로 문의를 해보란다.


시청에서도 아직 년 2회 출장검사를 나가는데 올해는 2월에 예정이 되어있긴한데 정혹한 날짜는 모르겠단다.


검사마감일이 2월 10일이라 혹시라도 이번 검사일을 놓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지라 출장일이 정해지면 알려줄 수


있냐고 물으니 삼산면사무소로 미리 통보를 하니 그곳에 부탁을 해두란다.


보통 이런 행사는 방송을 통해 공지를 하지만 미처 듣지 못하는 수가 있어 면사무소에 부탁을 해두기로 했다.


섬살이중 재미있는 일중에 하나가 "아아 면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하는 공지방송을 듣는 일이다.


서울에서야 방송을 한다고 해도 들리지도 않겠지만 TV 전원일기 같은 곳에서나  보던 일을 겪고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다.


건너편 거문리쪽에서 방송을 하는 분이 누구신지 알수는 없지만 특유의 억양과 톤때문에 코믹하게 들린다.


문제는 거리상 잘 안들리기도 하고 아직은 익숙치않은 사투리 억양때문에 도통 뭔소린지 알아먹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가지 특이한 것은 빤한동네다 보니 면사무소 직원들이 도시같지 않게 주민들의 상황을 많이 알고 있는 것같다.


여수에서 파견근무하는 직원도 있지만 섬주민이 직원으로 있기도 하니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다.


섬살이의 즐거움중 또 이런 국가의 맞춤형 봉사를 즐기는 것도 괜찮치 아니한가.


서운내기인 나의 조바심을 흔쾌히 이해하고 개별전화를 해주시겠다니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말이다. 


그나저나 자동차 출장검사는 어떻게 진행될지 사뭇 궁금하다.


더구나 빌빌하는 내 똥차가 험난한(?)검사를 이겨내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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