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여수와 제주도의 딱 중간에 자리잡은 거문도는 제주도와 더불어 봄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겨우내 한반도를 몰아친 한파의 영향으로 거문도의 겨울도 엄청 추웠다.


기온은 그리 많이 내려가지 않아도 바람 때문에 피부에 닿는 체감온도는 만주벌판에 서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내가 한겨울에 만주에 가본적은 없지만.


희한한 것은 조금 떨어진 제주도에는 눈이 많이 오는데 이 곳은 이웃지방에 눈이 온다고 해도


비가 내리는 곳이다. 내가 잠시 서울에 다니러 간 동안 아주 조금 눈이 오긴 왔단다.


 


몇십년만의 한파가 몰아닥친 서울도 내가 가 있는 동안은 새색시얼굴처럼 화사했었는데


다시 내려온 거문도의 날씨도 갑자기 봄이 온듯 순하고 따사로왔다.


거문도의 특산품중에 하나인 쑥을 수매한다는 방송이 나오는 걸 보면 분명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나역시도 이 계절에 풍년을 이루는 미역을 말리느라 옥상에 올라갔더니 사방에서 쑥을 캐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생활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할머니들은 어김없이 쑥밭에 앉아 열심히 작업중이시다.


그 추운 겨울바람에도 물질을 하고 갯것을 하시더니 아마도 한참동안 쑥작업이 대세일 것이다.


해풍을 맞은 쑥은 그야말로 섬의 거의 전부를 차지할 만큼 지천이라 잠시만 캐도 한 가득이다.


밭에도 일부러 재배하는 집들이 많다.


 


 


 


 


겨우내 저 파란 그물같은 것으로 덮어놓았다가 봄바람이 불어오면 걷어내고 쑥을 캐내게 된다.


왜 저 이불같은 것을 덮어 놓는지 물었더니 쑥이 잘 자라라는 보온 덮개라고 한다.


아무래도 노지에서 그냥 자라는 쑥보다 한뼘이상 더 자라있다.


 


 


 


산책길에 만난 이 할머니는 일부러 쑥을 캐시려고 여수에서 들어오셨단다.


저 그릇에 한가득 눌러서 담으면 대략 4kg이 되는데 1kg당 8천원정도 농협에서 수매를 한단다.


하루 4~5만원 벌이는 되는 셈이니 할머니들의 용돈벌이치고는 상당한 금액이다.


나도 이참에 쑥이나 캐러 다녀볼까.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에서도 가장 먼저 땅을 뚫고 나온게 쑥이라고 하더니 일년 내내


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쑥은 지금은 여린 쑥이라 약재보다는 국이나 떡에 넣어 먹는 용도가


될 것이다. 이 쑥이 웃자라 약쑥이 되면 섬사람들은 공동으로 작업을 해서 말리거나 즙을 내어


판매를 한다고 한다. 약을 전혀 하지 않는 자연산이라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저렇게 하루종일 혼자 앉아 쑥을 캐면 다리도 아프고 심심하기도 할텐데 할머니들은 열심히


쑥을 캐고 다듬어 돈을 만드신다. 섬여인들의 생활력은 정말 대단하다.


문득 시골 출신 남편을 둔 친구 생각이 난다.


이번에 서울에서 수술을 한 나를 보러 병실까지 와주었던 그 친구는 재작년 거문도를 방문하여


등산을 하는 와중에도 이 쑥을 캐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쑥국이며 쑥떡을 좋아한단다.


아무리 풀 종류가 뭔지 모르는 나도 쑥은 알아본다.


솜털이 보시시한 여린 쑥을 캐서 말린 미역과 함께 보내주고 싶다.


이제 이런 것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


마음이 깊어가는 것은 또한 나이가 숙성되어 간다는 뜻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에 지천인 동백꽃은 이제 하나 둘 제몸을 떨어뜨리고 아마 한달 후면


나무밑에 붉은 카펫이 펼쳐질 것이다.


 


어찌하여 동백은 가장 아름다울때 제몸을 떨구는 것인지.


늙어 시들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일까.


지금 한창인 동백이 지면서 다른 꽃들은 서서히 피어날 것이다.


창밖에는 비가 그치고 올해 첫 황사가 왔다고 하더니 섬주변이 부옇게 흐려져 있다.


삼일절 연휴에는 잠깐 추위가 몰려온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겨울이란 녀석이 쉽게 물러갈리가 없다.


그래도 어쨋든 이곳 저곳 몰려오고 있는 봄한테는 못당할 터.


날이 개이면 옆구리에 바구니를 끼고 봄처녀마냥 궁둥이를 흔들며 들에 나가


'봄처녀 제 오시네~~'를 흥얼거리며 쑥이며 달래를 캘 것이다.


도시에서 자라 느껴보지 못한 봄의 들과 산에 펼쳐진 기가막힌 만찬을 만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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