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미역 말리기










미역이나 김같은 해조류는 올해처럼 추울때 더 잘된다고 한다. 


거의 모든 농사들이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수확을 하는데 바다의 해초들은


찬바람이 불면서 채취가 시작된다.


한달여 전부터 몰이나 톳같은 해조류가 뱃머리쪽에 널리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새 미역도 살이 올라 첫 수확이 시작 되었다.


바다도 저마다 주인이 있어-그렇다고 땅처럼 등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채취권을 가진 주민들만이 해초류를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반찬을 해먹을만큼은 갯가에서 채취해도 눈을 감아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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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은 이제 첫물인 셈이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첫 미역을 얻어와 옥상에 널었다.


그동안 살림을 해주셨던 엄마는 동해안 삼척의 친구분에게 자연산 미역을 얻어와


십년이 넘도록 잘 먹어왔는데 그 아주머니가 재작년 세상을 떠나신 후로는 입맛에


맞는 미역을 구하지 못해 늘 아쉬워 하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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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도 힘들지만 이렇게 잘펴서 모양을 만드는게 더 일이다.


억센 미역귀와 줄기를 정리하고 물 밖에서 자라 햇볕을 본 부분도 비닐처럼 부석거려


잘라내 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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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널어놓으니 제법 많은 양이다.


잘라낸 미역귀와 줄기도 따로 말려 놓으면 반찬거리가 된단다.


하긴 어려서 미역귀를 떼어내어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먹을거리가 귀해서였던지


무척 맛있던것 같은데 이제 그 맛이 느껴질나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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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에 걸쳐 정리를 하면서 작년에는 조금 늦게 따온 끝물 미역을 조금 말려


엄마에게 보내 드렸더니 너무나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올해 이 미역은 작년에 비해 한달은 먼저 채취한 햇물이라 맛이 더 좋을 것이란다.


그렇지 않아도 섬에 내려와 살면서 고작 생선 몇마리 부쳐드린 것 밖에 없는지라


바다사는 티를 영 내지 못했는데 다가올 설 명절에 이 미역을 가져다 드리면 너무나


좋아하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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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차가운 바닷바람과 햇살에 널어놓으니 어느새 꾸득해졌다.


어쨋든 바다의 영양을 품은 자연산이니 바다가 그리운 도시사람들에겐 반가운


고향음식으로 상에 오르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섬에 내려와 집짓고 사느라고 지인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잘 말린 미역 몇 오라기 올려 보내 그동안의 무심함을 대신해야겠다.


그러니 이녀석들 물에서 빠져나와 찬바람에 삐쩍 마르면서 제법 제소임이 막중한 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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