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텃밭의 풍요로움



아무래도 섬은 물자가 부족한 곳이다. 

집집마다 텃밭을 마련하여 푸성귀는 자체 조달하는데 집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물론 집이겠지만 텃밭을 조금 늘리는 일이었다.

 

 



                 작년 이맘때의 텃밭..마늘과 배추가 겨울을 나고 봄김장을 했었다.

 





                                 집을 지으면서 늘인 텃밭이 이렇게 풍성해졌다.

 

늘인 밭은 옛집을 헐으면서 나온 지붕의 진흙이 대부분이었는데 상량에 쓰인 날짜가

나와 나이가 같은 해였으니 50년을 기와와 슬레이트밑에서 죽어 지냈던 흙일 것이었다.

누군가가 그 흙이 좋다고 하여 텃밭을 늘이는데 보탰더니 영 싹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려면 죽은 흙에서 생명이 잉태되겠나 싶어 포기했던이 바람과 비가 오가면서

조금씩 살아나서 지금은 때늦은 마늘 싹이 올라와서 기특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날마다 이 녀석들 크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구 귀여운 녀석들^^

 

작년에도 김장을 따로 하지 않고 얻어만 먹다가 봄에 겨울을 난 배추로 봄김장을 했었다.

그만큼 이곳은 겨울에도 무우, 배추가 얼지 않는다. 얼어도 겉에만 얼기 때문에 속은 말짱하다.

하지만 올해는 이곳도 엄청 추워서 내년까지 저 녀석들이 버텨줄지 걱정이다.

어제는 겨울을 나지 못할 것 같은 알타리를 뽑아서 조촐한 김장을 했다.

 






 

 

초보 농군인지라 가끔 풀이나 뽑고 솎아주지 않아서 제멋대로 큰 알타리를 뽑으니

제법 양이 많았다. 어떤 녀석은 두번 정도 잘라줘야 할 정도로 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손가락 굵기정도여서 약을 치지 않고 자연에 맡긴 결과치고는 괜찮은 성과였다.

세 소쿠리정도 되는 것을 다듬어 소금에 절이고 씻어 김치를 담그니 부자가 된 듯 풍요롭기만 하다.

 



 

이 정도면 내년 봄이 올때까지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같다.

엄마가 보내주신 새우젓과 이웃 할머니가 구수하게 다려주신 갈치젓을 넣었는데

익은 맛이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연일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 이렇게 싱싱한 푸성귀를 내어주는 텃밭이 고맙고

내년 봄까지 얼지않고 죽지않고 저렇게 시퍼렇게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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