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음반 가이드를 듣다가...


KBS 1 FM에서 매주 토, 일요일 저녁 6시에서 9시 30분까지 방송하는 김강하의 FM 음반 가이드에 나의 베스트 3 앨범 코너가 있다. 이번 주는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씨가 나왔다. 음악 칼럼니스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무 칼럼니스트가 나와 자신의 베스트 3 음반을 소개하는 것은 특별하게 여겨진다. 고규홍씨는 최근‘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을 펴냈다. 고규홍씨가 사람들을 보면 어떤 나무를 닮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고 하자 진행자 김강하씨는 자신은 어떤 나무의 이미지를 지녔는지 물었다. 고규홍씨는 김강하씨를 작고 가냘픈 개나리에 비유했다. 나는 나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실제 나무보다 시나 소설 등에서 얻어낸 인상을 중심으로 나무를 분류하는 데 익숙하다. 그 중 하나가 “나무가 몸을 베푸는 방식이 많기도 하지만 하필/ 형틀의 운명을 타고난 그 회화나무”같은 시(나희덕 시인의‘해미읍성에 가시거든‘ 중 일부)이다. 지난 여름(6월 17일) 홀로 다녀온 정독 도서관 정문에서 회화나무를 보았다. 300살인 그 나무를 지탱하는 것은 여섯 개의 받침대였다. 올 겨울을 어떻게 날지? 


내가 즐겨 외우는 조용미시인의 시에 나무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고규홍씨의 책 가운데 ’절집 나무‘란 책이 있다. 이 책을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책을 좋아하지만 어느 사이 너무 여유 없게 읽고 있는 나를 보곤 한다. 과학, 인문학, 문학 평론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들을 읽다 보면 어느 사이 남과 경쟁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채근하듯 책을 읽는 내가 보인다. 이럴 때 템플 스테이를 다녀오지는 못하더라도 여태동의 ’천년 사찰 천년 숲길‘ 같은 책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면 참 좋을 것이다. 몇 년 전 월정사를 다녀왔는데 전나무 숲길은 보지 못했다. 일지 스님의 사연이 서린 그 곳을 언제 다시 한번 가볼까? 스님은 서울 은평구 수국사(守國寺)에서 2002년 8월 22일 세수(歲首) 44의 세연(世緣)을 내려놓으셨다. 책상 조명만 켜놓은 채 듣는 클래식 음악은 다소 어둡고 무겁다. 겨울 밤이 깊어가는 것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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