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으로부터

다치바나 다카시의 <피가 되고 살이 된 500권, 피도 살도 되지 못한 100권>이란 책을 들추어 보고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리뷰를 쓰다가 끝 부분이 미진해 도움이 될까 싶어 집어든 책이다. 하지만 리뷰에 도움이 될 단서는 발견하지 못하고 다치바나씨의 개인 편력 중 기독교 관련 단서를 약간 알게 되었다. 다치바나씨가 다방면에 걸친 독서가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가 기독교에 대한 책을 수백권 읽었고 성경을 히브리어 원어로까지 읽었다는 사실은 새롭고 신선하게만 느껴진다.

엠마뉴엘 스베덴보리의 <천계와 지옥>이란 책의 서문에는 일본에 해당 책의 번역본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한 권은 禪의 대가인 스즈키 다이세쯔의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앞의 다치바나씨의 경우처럼 스즈키씨의 경우도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치바나씨의 책을 읽다가 성경에는 정전(正典) 말고 외전(外典)과 위전(僞典)이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았다. 물론 외전은 정전에 준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전이라고 해서 위조된 텍스트라는 의미는 아니라 한다. 위전은 그리스나 에티오피아 등 변경 기독교 교회에서 전승되어 온 문서들이라 한다. 외전은 영어로 apocrypha라 하는데 그럼 위전은 영어로 무엇이라 하는지?

다치바나씨는 500권이 넘는 기독교 관련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대담자가 그것이 기독교 관련 서적을 쓰기 위한 것이냐 묻자 정통파 교의가 자기를 정통으로 확립해 가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라 답했다. 다치바나씨는 시몬 베유 - 요즘 내가 읽으려고 하는 <중력과 은총>을 쓴 - 가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상가의 한 사람이라 말했다. 다치바나씨는 <중력과 은총>에 대해 자신이 “신비주의 철학이나 헤볼까 생각하던 시기에 읽은“ 책이라 말했다.

신비주의에 대해 알려면 헬렌 켈러의 <나는 신비주의자입니다>란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헬렌 켈러는 사후 세계는 물론 그곳에서 자신이 볼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고 한다. 신비주의도 신비주의 나름이어서 다치바나씨 같은 석학이 공부하려는 신비주의가 있고 볼 수 없었던 헬렌 켈러 같은 사람이 믿고 의지했던 신비주의가 있으며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알려는 신비주의가 있는 것이다. 헬렌 켈러는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천계와 지옥>을 쓴 스베덴보리로부터 영향을 받은 기독교도였다. 베유의 책과 함께 읽으면 스베덴보리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