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단상

 

1.
시월도 다 되어간다.
아이들의 수능 때문에 만들어진 달력
몇 장 남은 시월 달력의 종이가 얇아 보인다
마음에 따뜻함보단 아릿함이 머문다
3년 아이들의 마음까지 이입 되어
햇살이 빛 바래간다.

시월의 끄트머리에서 돌아보는
하루하루는 열심히 달려온 듯하다
숱한 일들이 있었고, 마음 담을 일들도 많았다.
학교의 일도 개인적인 일도
시월은 잔치의 연속이다
그 잔치의 웅성거림 속에 바빴던 시간
돌아보니 한 줄로 보인다
이제는 그 줄에 선 내용들을 이끌어 내어
키를 잴 수 있을 듯하다



2.
노곤한 시간 이렇게 앉았다
언어가 나와 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시간들을 만나며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있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명료한 시간이었으면 싶다

기억의 저편에서 만나는 일들은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본 듯이 만나야 한다
그 속에 내 삶을 구겨 넣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갈 길이요
생명이라 우리는 말한다.



3.
관심이 없었던 기득권자들의 나라에
이제는 약간 관싱이 간다
우리들이 참여해 만들어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리라
우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 그들을 찾아서 만나야 한다
마음에 와닿는 대로 그리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무궁화꽃이 피리라
그러다 보면 매화가 시기하리라
작은 것일 지라도
큰 물음으로 여기며 노랠 해야 하리라
코스모스도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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