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아볼까]눈 먼 고기 나에게 오다
섬에서 누리는 즐거움 중에 낚시를 꼽는다.
낚시에 미치면 집이고 사업이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는데
다행히 그정도는 아니지만 생전 처음 바다에서 낚시를 하면서 고기가 물렸을 때
찌르르 느껴지는 그 맛 이른바 '손맛'은 기가 막히다.
삼치잡이에도 따라 나서고 야행성인 장어를 잡기 위해 한밤중에도 따라 나섰지만
이 놈들이 초보를 귀신같이 아는지 영 아는 척을 해주지 않았다.

-삼치 잡이-


- 장어는 고등어나 삼치같은 미끼를 좋아한다. 이렇게 큼직하게 썰어 미끼로 쓴다-
작년 겨울 뽈락잡이에 제법 맛을 들였는데 올 해 들어서는 고기도 가문데다가 집을 짓느라 낚시를 몇번
하지도 못했었다.

-뽈낙 낚시는 이렇게 한 낚시대에 낚시 바늘을 여러개 꿰어 낚는다-
지난 주에 서울에 있는 가족들이 내려와 핑계김에 같이 가두리쪽으로 낚시를 나갔다.
보통 초보 낚시꾼인 경우 그나마 고기맛을 조금 볼 수있는 가두리 장을 많이 찾는다.
아침 저녁 양식장에 먹이를 주기 때문에 그 맛을 들인 물고기들이 진을 치고 살기 때문이다.

-즐겨 찾아가는 가두리 낚시터, 이번에 가족들과 함께 간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곳에서도 물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했더니 그래도 손님대접을
해주는지 전갱이 녀석들이 심심찮게 물렸다.
그런데 그렇게 몇 놈 물다가 갑가지 낚싯대가 휘청거렸다.
감아올리는 손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묵직한 것이 꽤 큰 놈이 물린 것을 알 수 있었고 움직임도 영 달랐다.
힘들게 끌어올려 보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참돔 녀석이 턱허니 나를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크기도 장난이 아니다.
내 낚시 인생 1년 반만에 이런 월척은 처음이었다.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는 내 곁에 계시던 엄마가 한 말씀 하신다.
"얘 그거 눈 있나 한번 봐라"
하하 눈이나 먼 고기라야 나한테 잡힌다는 말씀이신데 보시다시피 눈이 또랑또랑 한것이
별명이 왕눈이인 내게 제대로 걸린 셈이다.
우하하..어찌 기쁘지 않을소냐
이 녀석 운도 지지리 없지만 거문도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내게 용왕님이 선물을 보내신 모양이다.
'어이 속끓지 말고 잘 살어'
지금 이 녀석은 당장의 화는 면해 횟감이 되지는 않았으나 제사상에 올린다고 어머니가
잘 챙겨 가지고 올라가셨다. 아하....눈먼 고기여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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