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고래마을 시리즈 18번째 책. 2016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으로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을 ‘로봇’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저자는 장면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대신 의성어만으로 표현하는데. 피곤한 하루를 깨우는 알람 소리가, 도시의 시끌벅적한 소음이, 고요한 사무실을 채우는 타자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 소리들을 따라 더욱더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책장을 넘길수록 애처롭고 마음이 쓰이지만, 한편으로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 혹은 잊어버린 것에 대해 다시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목차 없음
하나둘씩 로봇으로 바뀌어 가는 사람들
어린 시절에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인이 되길 꿈꾸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어 보기도 해요. 이것저것 재보지 않고 순수하게 꿈을 꾸고, 그 꿈이 실현될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꾸는 꿈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현실이나 내가 가진 능력에 맞추어 조금씩 작아지기도 하고, 색이 바래기도 하지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꿈을 꾸지 않고 살아가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째깍째깍 변신로봇》 속 사람들도 어쩐지 꿈을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띠링띠링’ 알람 소리에 도시가 깨어납니다. 아침부터 어디론가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과 자동차들.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은 버스에 올라타요. 이윽고 빼곡한 빌딩 숲 사이로 버스가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에도 시계는 부지런히 제 역할을 하지요. ‘째깍 째깍 째깍.’ 일터에 도착한 사람들이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며 일과를 준비합니다. 무료한 분위기 속에 언뜻 긴장과 경계의 눈빛이 스칩니다. 그것도 잠시, 일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얼굴에서 다시 표정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작업 공간 안은 그저 소리만이 울려 퍼집니다. ‘드륵드륵’, ‘위잉 윙’, ‘타닥타닥’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 말이에요. 생김새는 다르지만 틀림없는 로봇이지요.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제 기계들만 남았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삐빅!’ 퇴근 카드 소리와 함께 로봇들이 일터의 문을 나섭니다. 문을 통과하자 로봇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저 조금 지쳐 보인다는 것뿐이지요. 사람들은 다시 붐비는 버스에 몸을 싣고 저마다의 집으로 향합니다.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것,
잊어버린 것은 무엇일까요?
작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깜깜한 밤 홀로 불이 켜져 있는 집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뒷면지에는 “오늘도 꿈을 꿉니다.”라는 글을 넣었어요.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이 마지막 문장에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이에요. 한 집의 불빛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처럼 우리가 꾸는 꿈이 삶을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힘이 됩니다. ‘나만 이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구나’, ‘나처럼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또 있구나.’ 안도하게 되지요.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째깍째깍 변신로봇》 속 이야기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책장을 넘길수록 애처롭고 마음이 쓰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꿈을 꾼다’는 작가의 말을 주문처럼 곱씹어 보며 기운을 내게 되지요.
《째깍째깍 변신로봇》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 혹은 잊어버린 것에 대해 다시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로봇이 아닌 사람으로, 삶을 밝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6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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