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차별이 범죄의 씨앗이 되는 시대에 맞서
성평등을 일상으로 끌어오는 이야기 수업
결론부터 말하면 세상은 아직도 불평등하다. 성평등과 인권 존중은 시대의 과제이나 모두의 일상에 있지는 않다. 미투 사건이나 n번방 사건처럼 천인공노할 성범죄의 해일이 밀려올 때마다 성별 갈등이 소환되고 관련 이슈와 담론이 범람하지만 무엇이 바뀌고,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평등과 배려가 상식인 시대가 맞다면 왜 성을 둘러싼 편견과 차별, 혐오가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불행이 반복될까? 과연 우리는 무엇이 성평등이고, 어떤 게 차별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꼬리를 무는 문제에 맞서 이 책의 저자인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의 변신원 교수는 일상과 맞닿아 있어 오히려 몰랐던, 또는 외면하거나 오해했던 성평등과 차별 문제를 다각적으로 훑어본 후 ‘성 인지 감수성’이라는 해법을 안내한다. 날서거나 자극적인 외침 대신 친절하고 편안한 어조로 건네는 그의 이야기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관점과 일상을 점검하고, 성평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천의 글 | 진정한 자유를 향한 징검다리 5
들어가는 말 | 우리에게 세 개의 눈이 있다면 8
1교시 관점: 달리 볼 때 달라지는 것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말레피센트 19
왕비는 왜 제일 예뻐야만 했을까 23
피오나의 선택 26
동화 다시 읽기 30
장난 편지 34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 37
아름다운 삭발 40
모두가 중심인 세상 45
진수도 빵이 먹고 싶다 49
인공 지능이 사람을 차별해? 52
자세히 오래 보세요 55
나를 나로부터 소외시키는 ‘얼평과 몸평’ 57
자기다움 59
옷차림 실험 61
성 없는 사회의 자유 65
2교시 고정관념: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아요
코끼리에 대한 명상 71
“왜 여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나요?” 74
이 수수께끼를 풀어 보세요 79
쥐를 잡으러 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84
쓸데없는 순결 88
데이트 비용 잘 내는 법 91
여성은 신체적으로 취약한 존재일까 94
여자의 근육 99
남녀평등과 양성평등 103
조선 시대 어느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 107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인권 선언문 110
가족법 개정과 호주제 폐지 113
당신이 화폐 선정 위원이라면 118
당신의 창(窓)은 안녕한가요? 121
속담이 유죄 126
드라마가 그리는 여성 129
젠더 박스 탈출하기 135
3교시 공감: 불편한 질문에 정당한 답 찾기
엉터리 성폭력 예방 책자 139
장난일까, 범죄일까? 141
디지털 시대의 잔인한 그림자 148
파는 사람이 있으니 산다는 변명 157
비겁한 가르침 161
침묵은 동의가 아니다 166
강요된 피해자다움 169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 173
사랑하기 때문이라고요? 178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 184
우리 안의 괴물 187
‘혐오’라는 말 190
한국은 성평등한가? 194
유리 천장을 넘어 198
일하는 여성들의 M자 인생 201
성별 임금 격차 204
4교시 공존: 평등해서 더 아름다운 세상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211
핑크 좌석에 앉는다는 것 214
남북한 성 문화의 차이 218
놀 권리, 공부할 권리 221
성교육이 왜 필요하냐고요? 225
성을 이해한다는 것 229
사랑의 기술 232
찻집의 수다 236
추석날 생긴 일 239
집안일의 소중함, 바깥일의 귀중함 242
우리 시대의 결혼과 출생 245
가족의 진화 249
아들에게 주는 레시피 253
나가는 말 | 우리는 평등해질 수 있습니다 256
우정, 사랑, 가족, 공부, 일, 대중문화, 언어…… 성차별적 일상을 바로잡는 평등한 감각 기르기 『이야기로 풀어 가는 성평등 수업』은 성평등과 인권에 특별한 관심이나 배경 지식 없이도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일상에 비추어 보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은 젠더(gender) 입문서이다. 우정, 사랑, 가족, 공부, 일, 대중문화, 언어 등 일상에 공기처럼 스민 차별의 요소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기 때문에 청소년과 성인, 학생과 학부모(또는 교사) 모두에게 유효한 성 인지 감수성 안내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학교에서 쓰이는 성 인권 교재 개발은 물론, 보건 교사를 포함한 성교육 전문 인력 양성 교육에 관여해 온 전문가들의 전문가이다. 오랜 연구와 강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사이사이에 젠더와 관련된 최신 연구와 통계, 정부 정책 등 객관적인 자료까지 풍성하게 제시하여 책에 유익함을 더한다. 저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갖게 되는 출발점, ‘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성(gender)이 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지만, 젠더의 관점에서 주변을 세심하게 살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무지나 무관심의 문제만은 아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젠더 분쟁과 혐오 담론 탓에 우리 사회에서 젠더가 막연한 거부감과 피로감을 주는 존재로 취급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여 저자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설명하는 대신 “교실에 쥐가 나타나면 누가 잡으러 갈까?”, “의사와 농부, 가구주와 같은 말을 듣고 어떤 모습을 떠올렸나?”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외모 지상주의를 지탄하는 대신, “왕비는 왜 세상에서 제일 예뻐야만 했을까?”, “인생의 동반자를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할 거리를 펼쳐 놓는다. 누구라도 거부감 없이 일상을 가로질러 사유하게 돕는 저자의 질문과 이야기들은 우리가 흔히 가진 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그로 인해 저지르는 차별적인 발화와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일상화된 차별을 감지하고 그 불합리함에 고개를 젓는 일. 성 인지 감수성, 나아가 인권 감수성은 여기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평등이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라면 성 인지 감수성은 하나의 경쟁력이다 인식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차별의 요소는 개인의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도 부작용과 피해자를 낳는다. 저자는 가벼운 일상으로 시작한 논의를 발전시켜 이 시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성폭력과 성범죄, 혐오 범죄 등에 관한 묵직한 고찰까지 제시한다. 잔존하는 가부장 문화와 성차별적 인식에 의해 위협받는 가정, 일터의 문제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지점에서 볼 때 저자가 강조하는 성 인지 감수성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기도 하지만,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경쟁력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야기로 풀어 가는 성평등 수업』을 모두 읽고 나면 우리는 생물학적인 차이를 사회적 역할의 차이로 연결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다울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이라는 데 자연스럽게 동의하게 된다. 각자의 가치를 제대로 존중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차별과 혐오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 인지 감수성은 청소년들이 건강한 자기 정체성을 싹 띄우게 하는 좋은 토양이 되고, 더 이상 자라기를 멈춘 어른들이 인식의 감수성을 소생하게 하는 효과적인 길잡이가 된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성 인지 감수성 바로 알기 『이야기로 풀어 가는 성평등 수업』. 이 책을 통해 혐오와 배척이 만연한 시대에 평등과 공존이라는 자명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밝은 눈, 바른 마음, 곧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